대우조선 노조·삼성중 노동자協 "추가 수주 없으면 2만명 실직"
올해 14기 인도, 나머지도 내년 거의 소진…임시직 공장별 수천명씩 실직 위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대량 실직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거대 조선소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아 노조를 중심으로 나온 대량실직 우려가 현실화될 것인지 주목된다.

6일 대우조선·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삼성중 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양사가 올해 안 인도할 예정인 해양플랜트는 모두 14기다.

대우조선이 9기, 삼성은 5기다.

양사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인도대금이 잇따라 들어오게 돼 유동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 측면에서는 인도 후가 문제라는 게 대우조선 노조와 삼성중 노동자협의회 인식이다.

진행중인 수주 협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기존 해양플랜트 인도가 마무리되면 일거리가 대폭 줄어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현재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는 1기 당 최소 1천명에서 많게는 3천명까지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줄잡아 1만5천여명이, 삼성중은 1만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대우조선 및 삼성중 정규직원(직영)과 협력사 직원은 물론 '물량팀'라고 일컬어지는 임시직원들이 배치돼 일하고 있다.

직영이나 협력사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돼 있다.

그러나 물량팀들은 수주한 작업에 따라 옮겨다니는 임시직이어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대부분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울산 현대중공업 등 다른 조선소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조선경기 불황으로 조선업계 전체의 선박 수주가 원활한 상황이 아니어서 대부분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끝나면 물량팀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최소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대우조선 노조와 삼성중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4일 "양대 조선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선박들이 6월부터 선주 측에 차례로 인도되면서 추가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으면 프로젝트별로 매달려 있던 수천명의 근로자들이 해고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오는 7일 오전 10시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사측도 해양플랜트 일감 감소로 임시직을 중심으로 실직자가 늘어날 것으로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실직자가 발생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현재 수주를 받아놓은 해양플랜트는 모두 18기로 9기를 올해 안으로 인도하면 9기만 남는다.

이 해양플랜트들도 내년 중 모두 인도되고 추가 수주가 없는 한 해양플랜트 사업은 중단될 처지다.

24기 수주를 받은 삼성중공업에선 5개를 올해 안으로 인도하고 나면 19기가 남는다.

이에 따라 이들 조선소에서 내년까진 해양플랜트 건조 작업이 지속될 게 확실하다.

다만 수주한 나머지 물량들을 모두 인도할 때까지 추가 수주가 안 된다면 대량 실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조선소는 해양플랜트 비중을 점차 줄여가면서 근로자 재배치 등에 나서고 있다.

거제시는 대량 실직 사태가 빚어질 경우에 대비해 현재 고용노동부와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고용 상황 등이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건이 되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중순 쯤 고용노동부가 결론을 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위기지역은 기업의 도산,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자나 비자발적 이직자 수가 전년도 전체 고용자 수의 3%를 넘는 경우 등 상황 발생시 지정된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최소 1년간 일자리 사업, 실직수당 지급 등에서 정부의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는다.

한편 경남도는 지난달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해양산업에 1조원을 투입, 세계 1위 조선해양 강국을 유지하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