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과반수 피해→2개 이상 피해'로 신청요건 완화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 등의 제조업체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요건을 내달부터 완화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지나치게 싼 외국산 제품으로 피해를 보는 일본 기업이 일부에 불과해도 반덤핑관세를 부과신청을 할 수 있도록 관세법 관련 정령(政令,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외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되도록 피해 왔던 기존 방침을 전환해, 한국과 중국 등의 저가 수출 공세에 시달리는 일본의 철강·화학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 전환은 주로 중국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앞으로 반덤핑관세 부과를 둘러싼 한일, 중일간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한국과 중국산 수산화칼륨에 대해 각각 49.5%, 73.7%의 잠정 반덤핑관세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수산화칼륨은 칼륨을 물에 용해한 액체 제품 또는 흰색 고체 형태 제품으로, 화학비료, 알칼리 전지 전해액, 사진 현상액, 액체비누, 세제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또 일본 정부는 자국산 공기압 밸브에 대한 한국의 반덤핑관세 조치와 관련해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들어가는 등 한일간에는 반덤핑 관세 부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반덤핑관세 부과는 일본 기업 및 업계단체의 과세신청을 거쳐 정부가 부당한 수출이 있는지를 조사한 한 뒤에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외국에 비해 일본의 경우 신청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업계단체 소속 기업의 과반수가 대상 상품을 만들어야 반덤핑관세 부과 신청을 할 수 있었던 것을 '2개사 이상'이 만들 경우로 신청요건을 완화해 다음달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실제 일본의 철강이나 화학소재 등의 업계단체는 소속 기업이 만드는 상품 수가 워낙 많아 외국 업체의 덤핑 공세에 '과반수 기업'이 피해를 보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반덤핑관세 부과 사례는 미국이 57건, 유럽연합(EU)이 32건에 달하나 일본은 단 한건도 없으며, 과거 20년간에도 일본이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은 7건에 불과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들어 반덤핑관세 부과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종전의 4분의 1로 대폭 줄였다.

또 반덤핑관세 부과 신청을 접수한 뒤 실제 발동을 위해 필요한 조사 기간도 14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