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비자 홀리는 '한국식 쇼퍼테인먼트'
지난 2월 미국 홈쇼핑 QVC에서 방영된 이탈리아 음식 판매방송 ‘리사의 이탈리안 키친’에서는 치즈 라자냐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펼쳐졌다. 쇼핑호스트들이 직접 라자냐를 먹으며 맛과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설명했다.

쇼핑호스트가 설명서를 읽듯 제품의 특징만 소개하던 ‘점잖은’ 미국 홈쇼핑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식품은 먹어보고, 화장품은 직접 발라보는 등 ‘체험형 홈쇼핑’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쇼핑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한 한국식 ‘쇼퍼테인먼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홈쇼핑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QVC 놀라게 한 불고기 ‘먹방’

미국 QVC 음식 판매방송 화면
미국 QVC 음식 판매방송 화면
QVC는 세계 1위 홈쇼핑 회사다. 상품의 세세한 사항을 모두 설명하는 꼼꼼함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QVC도 한국의 홈쇼핑처럼 프로그램의 ‘역동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QVC 일본법인의 하야시 사사키 대표는 2012년 일본 쇼핑몰 ‘자파넷 다카타’의 아키라 다카타 사장 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NS홈쇼핑의 불고기 판매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제품을 소개하기보다 불고기를 먹는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연출하는 점에 놀란 것이다. QVC재팬은 2년 뒤 한국에 직원 10여명을 파견해 GS홈쇼핑과 한국식 쇼퍼테인먼트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세계 최초의 홈쇼핑이자 미국 2위 회사인 HSN도 스토리에 중점을 둔 방송을 확대하고 있다.

○앨범 쇼케이스까지 여는 한국 홈쇼핑

한국에서는 쇼퍼테인먼트가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앨범 쇼케이스가 홈쇼핑에서 열렸다. 가수 루시드폴이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을 CJ오쇼핑을 통해 공개한 것. 루시드폴이 귤 모자를 쓰고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불렀고, 앨범에 동화책, 사진엽서, 인증서, 감귤 1㎏을 더해 2만9900원에 판매했다. 이 상품은 주문 폭주로 9분 만에 모두 팔렸다. 제품 판매를 하지 않는 트렌드 소개 방송도 늘고 있다.

○동남아에선 쇼퍼테인먼트가 대세

GS샵의 말레이시아 홈쇼핑 방송
GS샵의 말레이시아 홈쇼핑 방송
CJ오쇼핑, GS샵, 현대홈쇼핑 등 한국 홈쇼핑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쇼퍼테인먼트가 인기다. 최대 격전지는 GS샵과 CJ오쇼핑이 맞붙은 말레이시아다.

GS샵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고샵’을 열고 방송을 시작했다. 신진호 GS홈쇼핑 부장은 “말레이시아에서 방송인 노홍철과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남성 쇼호스트를 앞세워 개그를 결합한 방송을 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의 국민성과 잘 맞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는 CJ오쇼핑도 지난 1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김양현 CJ오쇼핑 말레이시아법인장은 “본 방송에 앞서 밤 12시에 한 시범 방송에서도 200명 이상이 주문하는 등 한국식 쇼퍼테인먼트 형태의 방송에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