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론 GPS 솔라 월드타임
아스트론 GPS 솔라 월드타임
스위스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명품시계 시장에 일본 세이코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에서 세이코는 위성항법장치(GPS), 표준 전파, 태양광 충전 등 유럽 시계 브랜드들이 시도하지 않은 기능으로 무장한 신상품을 선보였다.

일본 시계의 간판주자로 꼽히는 세이코는 바젤월드에서 20종의 신상품을 쏟아냈다. 하토리 신지 세이코 회장은 “세이코의 신제품은 미래에 적응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적인 시계 제작방식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존중하는 동시에 혁신을 가미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세이코’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의 향기] 첨단기술과 장인정신의 결합…명품으로 거듭나는 세이코
세이코 신제품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한 제품은 ‘아스트론 GPS 솔라 월드타임’이다. GPS와 태양광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이 시계는 지구 어디에서나 버튼만 한 번 누르면 GPS 신호를 수신해 정확한 현지시간을 알아서 맞춰준다. 시간을 따로 맞출 필요가 없다. 태양이나 전등의 빛을 동력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배터리도 들어있지 않다.

시간 오차가 ‘10만년 분의 1초’에 불과할 만큼 정확성이 뛰어나다. 두께는 GPS 시계 중 세계에서 가장 얇은 12.4㎜에 불과하다.

세이코의 고급 라인인 ‘그랜드 세이코’는 스포티한 콘셉트의 ‘스프링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였다. 고강도 티타늄을 사용해 제품 무게가 기존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보다 25% 가볍다. 경도는 7배 이상 단단해졌다.

시계 제조전문가 10여명이 일하는 일본 ‘마이크로 아티스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최고급 기계식 모델도 이 행사에서 처음 공개했다. 가격이 1억원대에 이르는 ‘그랜드세이코 스프링드라이브 8데이 파워리저브’다. 이 시계는 다이얼(시계판)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더스트 소재를 활용, 일본 청정지역의 산속 아침공기와 같은 깨끗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손목에 착용하지 않고 보관할 때도 최장 8일까지 작동한다.

세이코가 만든 최초의 손목시계인 ‘로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고급 모델 ‘프리사지’도 눈길을 끌었다. 법랑 장인으로 유명한 미쓰루 요코자와 세계적 옻칠 공예가인 이슈 타무라 등 일본 장인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다이얼을 장착했다.

하나의 다이얼을 제작하는 데 3주 이상이 걸릴 정도로 섬세한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프리사지는 오는 9월부터 1000개씩 한정판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한때 중저가 제품 판매에 주력했던 일본 시계업체들은 최근 고가 제품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시계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시계 수출액은 2012년 1058억엔에서 지난해 1573억엔으로 3년 새 48.7% 급증했다. 세이코 시계부문 이익도 6년 연속 늘어났다. 하토리 회장은 “아스트론과 GPS 솔라, 그랜드 세이코 등의 성공이 이익 증가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바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