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 ‘쇼크’에서 벗어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잠정 집계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429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졌던 수출 두 자릿수 감소율이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정부는 수출 부진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불과 지난달 20일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어두웠다. 수출이 작년 3월 같은 기간(1~20일)보다 19.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졌다면 1월에 기록한 사상 최대 감소 기록을 깨는 것이었다. 하지만 3월 전체 수출을 집계한 결과 감소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3월 수출, 뒷심 효과?…수출 두자릿수 감소 '쇼크' 4개월 만에 탈출
◆3월 말 열흘간 무슨 일이

지난달 하순 ‘수출 반전’이 생긴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작년 3월과 비교해 조업 일수에 차이가 있었다. 이민우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지난해 3월1일부터 20일까지와 올해 3월의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올해엔 주말이 한번 더 있어서 조업 일수가 1.5일 줄었다”며 “조업 일수 감소 탓에 20일 기준으론 수출 감소가 더 큰 것으로 집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한국의 하루 평균 수출액은 19억달러 안팎이다. 1.5일을 더 쉬었다면 28억5000만달러가량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월말에 휴대폰 반도체 철강 등 주력 품목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3월 수출 감소폭을 급격히 줄인 이유로 꼽힌다. 3월21일 기준으로 휴대폰과 철강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9%, 9.5% 증가한 것으로 나왔지만, 3월 전체 집계 결과는 19.9%, 14.7%씩 많아졌다. 반도체도 22일까진 1년 전보다 6.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3월 전체로는 1.5% 감소에 그쳤다. 21일부터 10일간 수출이 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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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5개월 연속 감소

3월 무역수지 흑자는 98억2000만달러에 달하며 5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 감소율(8.2%)보다 수입 감소율(13.8%)이 더 높은 데 따른 ‘불황형 흑자’였다.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상품, 서비스 등을 포함한 경상수지 역시 불황형 흑자가 48개월째 이어졌다. 한국은행의 ‘2월 국제수지’(잠정치)를 보면 지난 2월 경상수지 흑자는 75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2년 3월부터 3년 내내 흑자가 이어져 최장 기록을 다시 썼다.

상품수지 흑자는 79억달러로 1월과 같았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12억7000만달러로 1월(19억3000만달러)보다 축소됐다.

품목별로는 삼성전자 갤럭시S7과 LG전자 G5 등 신제품 출시 덕에 휴대폰 수출이 1년 전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철강도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한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아연도강판 수출이 늘면서 지난해 3월보다 14.7% 급증했다. 화장품도 38.7% 늘었다.

반면 석유제품(-41.6%) 선박(-28.9%) 평판디스플레이(-24.2%) 석유화학(-9.0%) 등의 품목은 여전히 유가 약세와 글로벌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대(對)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12.2% 줄었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이 3월에 비교적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대외 여건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는 않다”며 “우리 수출이 조금씩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할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로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김재후/이태훈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