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광공업생산 등 일부 경제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는지를 놓고 전문가 사이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국제 유가 등 대외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국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긍정론’과 산업생산 등 일부 경기지표 개선은 연초 경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강해 아직은 경기 회복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기 바닥 논쟁] "경기 바닥 찍어" vs "일시적 현상"
김선태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측면에선 최악의 상황을 지난 것이 확실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제 유가가 반등하면서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게 긍정적”이라며 “수출 증가율은 2분기에서 3분기 초까지 양호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정원석 LS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도 “유가가 다시 급락할 가능성은 낮고 미국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는 등 대외변수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본격화하고 신형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나면서 소비·투자지표도 반등할 전망”이라며 “경제심리가 5개월 만에 개선세로 돌아선 것도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월 산업활동 지표는 1월에 부진했던 경기에 대한 기저효과 측면이 크다”며 “경기 반등 여부는 3월 수출 결과를 봐야 확실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바닥 탈출을 논하려면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교수는 “재고가 여전히 많이 쌓여 있고 경기사이클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년째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심리도 개선된다고 하지만 일자리 문제나 가계소득을 고려할 때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했다.

이상열/이승우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