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3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9일(현지시간)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한 이후 위험(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누그러지며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의 추가 하락을 막으며 경기를 살려내려는 일본과 미국, 유럽의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가 나오면서 강달러 현상이 약해지고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상승하는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옐런 의장은 29일 강연에서 "해외경제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추가 금리인상은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온건한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과 미국, 유럽의 금융정책을 되돌아봐도 지난 1월부터 정책 공조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중국경제의 감속과 원유가격의 급락으로 시장이 동요한 1월에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추가 완화를 시사한데 이어 일본은행도 1월 29일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도입을 결정했고 미국은 금리 인상을 늦췄다.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정책 총동원"을 선언하면서 자국 통화 평가절하 경쟁을 피한다는 점에도 일치된 입장을 보였다.

3월 들어 ECB가 추가 완화를 했지만 드라기 총재는 "(향후)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게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완화 경쟁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일본은행도 성명에서 '필요할 경우 더욱 금리를 내린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같은달 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올해 4회에서 2회로 줄이며 시장을 달랬다.

이런 움직임은 안전자산인 달러를 사던 분위기를 약화시켰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런 흐름에 따라 달러화의 종합적인 강약을 나타내는 명목실효환율(닛케이통화인덱스)이 1월 하순 이후 약 5% 하락했다고 전했다.

약달러는 엔고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우치다 미노루 수석애널리스트는 "시장의 관심이 경상수지 쪽으로 옮겨가며 흑자국 통화인 엔이 높이 평가받기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4월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 주목한다.

이 회의에서 G20이 세계경제 리스크가 줄었다고 판단하면 미국은 4월 하순에 6월 금리 인상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기 판단을 하면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은 어려워지면서 엔화 가치는 오르고, 달러가치는 하락하는 현상이 가속화될지도 모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