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경제학자에게 길을 묻다] "시장이 풀 문제도 정치가 결정…정치인, 경제원리 자격시험 봐야"
“시장에서 해결할 문제까지 정치가 결정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경제민주화 열풍으로 반(反)시장적 정책의 입법은 끊이지 않고 친(親)시장적 정책의 입법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국내 대표 자유주의 경제·정치학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신춘 경제적 자유 학술대회’에서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에 비판을 쏟아냈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은 축사를 통해 “지금 이 나라에서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퓰리즘에 기댄 소수의 폭력이 경제적 자유를 핍박하고 있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장이 아니라 문제를 영구화하는 집단이 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미래 세대의 희생 강요

첫 번째 세션에서 ‘정치실패: 근시안의 외눈박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황수연 교수는 소수의 이익집단에 호소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정치인과 정당은 표를 많이 얻어 선거에서 당선되고 집권하는 것이 목표”라며 “득표를 극대화하려면 일반 유권자보다는 소수의 특수 이익집단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 대상의 ‘넓은 이익’에 호소해도 일반 유권자는 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지 않아 관심이 적다. 반면 특정 집단의 ‘협소한 이익’을 위한 공약을 내놓으면 해당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에게 길을 묻다] "시장이 풀 문제도 정치가 결정…정치인, 경제원리 자격시험 봐야"
황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근시안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정치인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해 농민 집단에 도움을 주고 표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정치인과 농민에게는 도움이 되는 선택이지만 국민 전체의 소득을 올리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황 교수는 “이런 방식의 선택은 미래 세대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투표권을 현 세대만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과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 탓에 정치적 요인에 따라 경제가 출렁이는 ‘정치적 경기 순환’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퍼주기 법안’이 많은 것은 여야가 표를 위해 쉽게 협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의 과도한 시장 개입

시장에서 결정할 사안을 정치로 해결하려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황 교수는 “사람들의 선호가 달라 합의를 보기 어려운 문제는 시장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귤을 몇 개 사먹을지 사회 구성원들이 과반수 투표로 결정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당수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얼마나 먹고 싶은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반면 사람들의 선호가 비슷해 합의를 보기 쉬울 때는 정치로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문제는 지금 정치인들이 이런 점을 모르고 모든 것을 정치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이윤, 임금, 이자, 상품 가격, 수량 등은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이 과다한 것도 정치 과잉의 한 사례”라고 했다.

정치 과잉에 대한 해법은 다양하게 나왔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1인1표 민주주의’에 과도하게 자원 배분을 맡긴 탓”이라며 “행동의 결과가 성과로 나타나는 ‘신상필벌’의 시장 논리가 작동해야 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정치가 다루는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합의를 본 사항에만 국한해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함부로 모든 것을 정치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국회의원에게 ‘경제원리 면허시험’이라도 의무화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주완/오형주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