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미국 의회가 요구했다.

27일(현지시간) 주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오린 해치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공화·유타)은 지난 2일 안호영 주미대사 앞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남미시장 선점 나서는 중국] 미국 "한국 TPP 가입하려면 FTA 제대로 이행해야"
해치 위원장은 “미 의회가 지난해 통과시킨 무역협상촉진권한법(TPA)에는 미국과 맺은 기존 무역 및 투자협정 준수 여부가 TPP 가입의 핵심 기준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한국이 TPP에 가입하려면 한·미 FTA의 완전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서한 발송 이튿날 한·미 FTA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해치 위원장은 서한에서 한국 정부의 이행이 부진한 항목으로 △보험 약가 결정 과정 투명성 제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제고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정부 기관의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SW) 사용 금지 △금융정보 해외위탁 규정 등 5가지를 꼽았다.

이 중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금융회사의 금융데이터 본사 전송 관련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는 미국 측 불만은 지난해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해소됐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이미 해결된 문제인데 해치 위원장실에서 법 개정 사실 등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기관 내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사용과 관련해서는 양측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치 위원장은 “불법 SW 퇴치에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 정부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불법 SW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약값 결정 과정과 법률시장 개방, 공정위 조사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의 건강보험공단이 혁신 신약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며 한·미 FTA 내용대로 약값 결정 과정을 독립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민간 독립기구 설치 및 운영을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심성미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