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의견 냈던 딜로이트안진 정정 요구…"책임 떠넘기기" 지적
대우조선 28일 재무제표 정정공시 예정…투자자 집단소송 등 후폭풍 우려


대우조선해양이 2013∼2014년 2년간 2조원 규모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다가 지난해 영업손실에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최근 감사 과정에서 지난해 추정 영업손실 5조5천억원 가운데 약 2조원을 2013년과 2014년의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사 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딜로이트안진 측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 2014년 재무제표에 장기매출채권 충당금과 노르웨이 송가프로젝트 손실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2015 회계연도 감사를 수행하던 과정에서 과거 회계연도 재무제표상의 오류를 발견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측에 과거 재무제표의 재작성을 권고했다"며 "회사는 그 권고를 받아들여 재무제표를 재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이 과거 공시한 2013년과 2014년의 영업이익은 각각 4천242억원, 4천543억원이었으나 이번에 발견된 누락 비용과 손실 충당금을 반영하면 흑자가 아닌 적자가 된다.

현재 검찰은 전임 경영진의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며, 금융당국도 올해 초 고의적인 분식 여부를 의심해 회사와 회계법인에 대한 회계 감리에 착수했다.

또 투자자 100여명은 대우조선해양과 딜로이트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일을 놓고 업계에서는 회계법인이 오류를 범해 놓고 금융당국 감리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뒤늦게 스스로 이 사실을 밝힌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회계감리에서는 회계법인이 스스로 오류 사실을 발견해 바로잡을 경우 향후 분식 회계로 결론이 나더라도 제재 수위를 일부 감경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적정하다고 판단내렸던 딜로이트안진이 뒤늦게 책임을 덜 지려고 외부감사를 맡긴 고객인 대우조선해양에 책임을 떠넘기는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우조선은 "앞으로 명확한 원가개념을 정립하고 정밀한 상황예측 등 관리역량을 강화해 전기 손익 수정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최근 공시를 통해 22일까지 끝냈어야 하는 감사보고서의 작성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안진 측 지적을 받아들여 28일께 과거 재무제표를 정정 공시할 계획이다.

또 오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무제표 정정으로 인해 과거 흑자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향후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후폭풍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차대운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