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사업 팔고 인력조정으로 '군살빼기'…흑자 전환 목표

회계부정 문제가 불거진 뒤 회사의 간판격인 가전사업은 물론 의료기기부문까지 매각하는 일본 전기전자업체 도시바(東芝)가 조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NHK 등 일본 언론에 의하면 도시바는 국내외에서 사업 및 직원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내년 4월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하기로 했으며, 조직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시바는 작년 4월에는 사무직과 기술직을 합해 480명을 채용했으며, 다음달에는 이미 채용한 신입사원 680명이 입사하게 된다.

일본의 상당수 기업은 이미 내년도 신입사원 채용 작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도시바의 구조조정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에도 경영이 힘들 것으로 보면서 비주력사업에 대한 매각작업을 계속하고, 32명의 임원진에게는 상여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올해도 이들에게는 상여금 지급이 없다.

관리직에 대해선 연간 2.5개월분, 관리직 이외의 종업원의 경우 2개월분의 상여금을 각각 삭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또 내년도 임원보수에 대해서는 월 지급액의 기본보수 일부 반납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관리직 급여도 과장급에서는 월 3만엔(약 31만원) 삭감하기로 했다.

인적 구조조정 대상도 총 1만3천820명으로 애초보다 2천980명 늘려잡았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그룹 전체 종업원은 의료기기부문인 도시바메디컬시스템즈 등의 매각을 진행함에 따라 내년 3월말이면 18만3천명이 돼, 작년 3월말(21만7천명)에 비해 3만4천명이 줄어들게 된다.

고정비용인 인건비를 철저히 줄여 조기에 경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한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이달말 종료되는 2015회계연도에 적자로 전망되는 세전이익을 2016회계연도에는 흑자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이다.

조직도 대폭 슬림화한다.

현재 7개 있는 사내 컴퍼니(회사)는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기반시설),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4개 사내회사로 올 4월에 재편성하게 된다.

국내외 구조조정 작업과 관련해서는 PC는 4월에 분사한다.

다만 후지쓰, VAIO 등과 사업통합 교섭이 예정보다 늦어질 전망이어서 6월까지는 최종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TV나 PC 등 가전사업도 거느리고 있던 도시바는 탈가전(脫家電) 노선을 택함으로써 '종합가전제품 업체 도시바'라는 간판은 내리게 된다.

도시바는 돈되는 사업에 집중해 몸집을 줄이면 2016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말 연결매출은 4조9천억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도시바 매출이 5조엔을 밑돌게 되는 것은 22년 만이다.

회계부정 문제가 발각되기 직전인 작년 3월말과 비교하면 1조7천억엔 이상 감소한다.

사업부문 매각이나 인건비 삭감을 통해 내년 3월말 결산에서는 세후 이익규모를 400억엔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3월말 결산 때는 1천억엔의 흑자를 올리겠다는 목표도 밝힌 상태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일본 언론들이 지적했다.

일본 전기전자 대기업들은 리먼쇼크로 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적자를 내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왔다.

히타치제작소는 하드디스크구동장치를 매각하고 액정패널을 분리했다.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려 경영을 안정화한 뒤 서비스나 기업용 제품을 축으로 경영을 전환하는 성장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도시바도 주력사업에 집중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체질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