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 중국의 59% 수준에 노동력 풍부…개방 확대로 글로벌 생산거점"
"인건비·땅값 오름세, 사법시스템 미비 등 부정적 환경도 고려해야"

최근 한 중소 섬유·의류업체 대표가 베트남을 다급하게 찾았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수출 생산 공장을 잃게 되자 대체 공장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 업체 대표는 "개성공단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공장 이전 후보지로 베트남 주요 공단 지역을 비롯해 투자 여건을 살펴보고 돌아갔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피해기업들의 해외 대체 공장 유망지역으로 베트남이 떠오르면서 이들 기업 대표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또 다른 섬유·의류업체는 베트남 북부 하이즈엉 성과 하이퐁 시에 있는 공단을 방문해 투자 인센티브와 인프라실태, 물류 여건 등을 파악했다.

공장 후보지를 물색한 한 전자업체는 현지에 매물로 나온 공장의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 정부와 유관기관은 개성공단 기업의 해외 대체 유망지역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코트라,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투자 및 판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들의 관심은 베트남에 가장 많이 쏠려있다.

정치 안정과 대외 개방 확대, 풍부한 노동력, 낮은 임금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베트남의 우월적인 투자 환경으로 평가받는다.

이중 베트남의 월 최저 임금(2016년 기준)은 155달러로 중국 262달러의 59% 수준밖에 안 되고 인도네시아 221달러보다 훨씬 낮다.

캄보디아는 140달러, 미얀마는 84달러로 베트남을 밑돌지만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단점이 있다.

베트남은 투자 절차 간소화와 투명성 확보 등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한 투자환경 개선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경제공동체(AEC) 출범, 한국과 베트남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에 힘입어 중국을 대신할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힘입어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액은 2015년 228억 달러로 전년보다 12.5% 불어났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6.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7%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규선 코트라 하노이무역관장은 "베트남의 투자 환경과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투자 매력이 크다"며 "개성공단 기업이 베트남을 우선적인 해외 공장 후보지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투자 환경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의 최저 임금 인상률이 올해 12.4%로 작년 14.8%보다 둔화했지만 꾸준히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금 유입 확대와 경제 성장에 따른 공장 부지 가격의 인상, 관리자급 인력의 부족 등도 고려해야 한다.

여옥준 법무법인JP 변호사는 "안정적인 정치 상황, 꾸준한 거시경제 개선, 외국인 투자 보호 등이 긍정적인 환경이지만 투자 시 사전 검토나 준비 부족으로 실패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 변호사는 "복잡한 사회주의 토지제도, 법령 하위 세부규칙 미비, 판례 비공개 등 베트남의 사법시스템이 한국과 다르다"며 "분쟁 때 서면 증빙이 없으면 법원을 통한 해결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계약서를 자세히 정확히 기재하고 거래와 관련한 서류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