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불어나면서 식품, 유통 등 산업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품업계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고, 편의점은 주요 고객인 1인 가구의 증가를 바탕으로 연매출이 30% 이상 고공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1인 가구의 특성에 따라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속도로 성장하는가 하면, 가전·가구업계에서는 원룸과 오피스텔 등 1인 가구의 주거환경에 적합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 관광업계는 '혼밥족'과 '나홀로 여행족'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 중이다.

◇ 2조원 규모 가정간편식 시장…대형마트도 출사표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6만가구(전체 가구의 26.5%)에 달한 1인 가구는 오는 2035년 763만가구(34.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는 이에 따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0년 7천700억원에서 2015년 1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4월 출시한 '햇반 컵반'은 햇반을 국밥 또는 덮밥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올해 2월까지 누적 판매량 1천만개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풀무원은 '곤드레보리밥', '산채나물비빔밥' 등 다양한 냉동밥을, 청정원은 '상하이짬뽕밥', '사골미역국밥' 등 컵국밥 큰컵을 판매 중이다.

대형마트도 가정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마트의 '피코크', 홈플러스의 '싱글즈프라이드', 롯데마트의 '요리하다'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마트 피코크 가정간편식 매출은 2013년 340억원, 2014년 560억원, 2015년 830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제품도 인기다.

현대백화점은 바나나를 낱개 포장하고 참외는 2개 정도로 줄이는 등 소포장 과일 세트를 판매 중이다.

올해 1∼2월 소포장 과일 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안팎 성장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가 양파 1개, 당근 1개 등 소용량으로 990원에 판매하는 '990 야채' 가운데 '990 양파'는 올해 들어 3월 현재까지 매출이 49.9% 급증했다.

◇ 편의점의 고공성장…도시락이 매출 1위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에 거의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업종을 꼽자면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이 연평균 20∼30%의 성장률을 보이며 '나홀로 질주'를 하는 배경에는 1인 가구가 있다.

편의점 CU(씨유) 관계자는 "편의점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보면 20∼30대가 50%가 넘는다"며 "이들 대부분이 1인 가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수혜를 본 품목은 도시락이다.

최근에 출시되는 편의점표 프리미엄 도시락은 '편의점 도시락은 조악하다'는 예전의 편견을 깨고 있다.

CU의 경우 올해 들어 3월 13일 현재까지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하면서 매출 1위 제품에 도시락이 이름을 올렸다.

2014년과 2015년만 하더라도 맥주와 소주가 1위였지만 도시락이 이들을 제친 것이다.

편의점은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제품도 발빠르게 내놓고 있다.

CU가 지난해 1월 출시한 1ℓ짜리 생수(800원)도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이다.

기존 500㎖ 생수는 양이 너무 적고 2ℓ 생수는 너무 커서 1인 가구에 있는 소용량 냉장고에 보관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출시된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매출이 5배 이상 성장했다.

◇ '엄지 쇼핑족 시대'…온라인·모바일 쇼핑 급성장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3조9천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4조4천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3% 늘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성장은 매장을 직접 방문하기보다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쇼핑하기를 즐기는 1인 가구 증가와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쇼핑 업체 쿠팡은 연간거래액이 2011년 3천억원에서 2014년 2조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유통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업체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쿠팡은 1인 가구도 안심하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주문자가 집에 없으면 배송 전담 직원인 쿠팡맨이 어느 곳에 상품을 둘지 고객에게 물어본 뒤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방식이다.

티켓몬스터는 지난해 6월 1인 가구를 겨냥해 소량상품 묶음포장, 24시간 이내 배송 등을 내세운 생필품 전용 코너 '슈퍼마트'를 열었다.

슈퍼마트는 론칭 6개월만에 매출이 5배 성장하며 누적매출 1천억원을 넘어섰다.

◇ 외식업체, '혼밥'족 겨냥한 제품 늘려
1인 가구 증가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도 늘어나면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업체는 1인 가구의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를 다양화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최근 에그 포테이토 랩, 소시지 에그랩, 토마토 에그랩 등으로 구성됐던 행복의 나라 아침 메뉴에 소시지 맥머핀과 핫케익 2조각을 추가했다.

할리스커피는 데니쉬 빵 속에 따뜻하게 익힌 계란과 베이컨, 치즈 등을 채워 넣고 음료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아침 메뉴 '에그 데니쉬' 3종을 판매 중이다.

할리스커피의 아침 메뉴 판매는 올해 들어 월평균 20%씩 증가하고 있다.

외식업계는 혼자서도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메뉴도 판매하고 있다.

CJ푸드빌의 제일제면소가 2012년 '1인 정찬' 메뉴로 출시한 회전식 샤부샤부는 1인 메뉴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혼밥족'은 기존에 여러 사람이 함께 있어야 먹을 수 있던 메뉴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 나홀로 여행족의 증가
하나투어에 따르면 1인 여행객은 2013년에는 7만8천명이었지만 2014년에는 11만9천명, 지난해에는 20만6천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에서도 작년 한 해 동안 혼자 항공권을 예약한 인원이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전체 여행객 중에서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여행객의 증가는 인기 해외 여행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작년 1인 여행족은 비교적 가깝고 쇼핑과 대중교통이 발달한 대도시 지역을 선호했다.

1인 여행객에게는 일본 도쿄, 중국 상해, 일본 오사카, 홍콩, 영국 런던, 태국 방콕 순으로 인기가 있었으며 이는 전체 여행객이 선호한 도쿄, 오사카, 홍콩, 방콕, 대만 타이베이의 순위와 비슷했다.

여행사들은 1인 여행객을 겨냥해 개인 일정은 개별적으로 다니면서도 전문 인솔자가 동행하는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 '작아도 강하다'…1인 가구 맞춤형 가전·가구
가구 전문기업 한샘은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작은 평수에 거주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실속형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두가지 이상의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호한다.

침대 아랫부분을 수납 공간으로 활용한 '수납형 침대', 옷장 중간에 화장대 기능을 추가한 '화장대 수납장', 접으면 의자로 펼치면 침대로 활용할 수 있는 '소파 베드'는 특히 1인 가구에 인기가 많다고 한샘은 전했다.

1인 가구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운영 중인 인터넷몰 '한샘몰'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작은 공간을 청소하기 좋은 핸디형 청소기 매출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밥솥 매출에서 소형 밥솥(6인용 이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이도연 기자 gatsby@yna.co.kr,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