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다시 한 번 자회사인 두산건설 구하기에 나선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이 2013년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 요청을 해오면 대신 상환해주기로 했다. 작년에 16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두산건설은 자력으로 RCPS를 상환할 수 없는 상태다. 두산그룹은 두산DST 매각 본입찰을 25일 하는 등 계열사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중공업, 다시 두산건설 구하기…4000억 투입해 상환우선주 사준다
◆두산건설 RCPS, 조기상환 요구 가능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을 포함하고 있는 우선주다. 투자자가 계약한 조건에 따라 발행회사에 보통주 전환이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두산건설이 2013년 발행한 RCPS에는 두산중공업이 보증을 섰다. 만기는 12월16일이다. 지난 18일 NICE신용평가가 두산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자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두산건설은 RCPS 발행 당시 주주 간 계약에 ‘국내 신용평가사 두 곳 이상이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내리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NICE신용평가에 앞서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2월 두산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내렸다.

두산건설의 재무구조는 좋지 않다. 자체적으로는 RCPS를 상환할 여력이 없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다시 한 번 ‘총대’를 메기로 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하면 일단 회사가 인수한 뒤 더 나은 조건으로 시장에서 재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두산중공업이 현재 연 6.5%에 형성돼 있는 두산건설 RCPS의 수익률을 상향 조정해 재매각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산중공업 부담 더 커질까

두산그룹에서 가장 덩치가 큰 두산중공업은 계열사들이 어려울 때 ‘맏형’ 역할을 해왔다. 두산건설에는 RCPS 보증을 포함해 2011년 2200억원, 2013년 8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총 1조4900억원을 지원했다.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의 계열사 지원 여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14년 말 250%에서 작년 말 287%로 높아졌다. 두산중공업이 계열사 지원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감내하고 있는 재무 부담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쌓인 상태라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건설 RCPS에 대한 조기상환 요청이 많으면 두산중공업의 부담은 더 커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영업 역량이 많이 훼손돼 투자자의 걱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6900억원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를 수주하는 등 두산중공업의 수주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두산건설 RCPS를 매입해 재매각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DST 등 계열사 매각에 총력

두산은 두산건설 RCPS 재매각과 별개로 두산DST,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 등 계열사 및 사업부 매각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한다.

방위산업 계열사인 두산DST를 팔기 위한 본입찰은 오는 25일 한다. 지난 2월 설 연휴 직후부터 한 달여간 진행한 본실사에는 한화테크윈 LIG넥스원 MBK파트너스 IBK투자증권 네 곳이 참여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SI)인 한화테크윈과 LIG넥스원은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두산DST의 지분 51%는 (주)두산의 100% 자회사인 특수목적법인 DIP홀딩스가 가지고 있다. 두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두산은 두산중공업과 함께 두산 내에서 재무구조가 양호한 것으로 꼽히는 계열사”라며 “두산DST 매각 대금을 확보한 (주)두산이 재무 사정이 어려운 계열사의 알짜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건설도 HRSG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 발행회사가 회사채 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오르면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어 통상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송종현/도병욱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