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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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업의 미래를 고려하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두 국적 선사를 유지하는 게 이득입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대 선사는 한국 수출입과 환적화물 수송의 큰 축을 맡고 있다”며 “강제 합병 등을 통해 국적 선사를 하나로 줄이는 것보다 양대 선사 체제를 유지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전체 수출 물량의 22%를 실어나르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낮은 운임, 물동량 감소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김 장관은 “합병을 하거나 법정관리 혹은 제3자 매각 등의 절차를 거치면 각 회사가 속해 있는 ‘글로벌 얼라이언스(해운 업체 간 전략적 제휴)’에서 완전히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으로 해운업은 4대 얼라이언스의 독과점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해운 얼라이언스에서의 퇴출은 곧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할 정도다. 국내에선 한진해운(얼라이언스 CKYHE)과 현대상선(G6)만 국제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다. 김 장관은 “어렵게 얼라이언스 회원 자격을 지켜온 두 회사 중 하나를 잃는 건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적선사가 버티고 있으면 수출입 기업이 외국 선사와 운임 계약 등을 체결할 때도 더 유리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12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두 회사를 지원하되 전제 조건으로 부채비율을 400%로 낮추라고 요구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현재 부채비율은 각각 1700%, 600%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400%라는 기준은 정부에서 제시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지 400%를 맞출 때까지 선박펀드 조성 작업을 안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해당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라며 “400%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재무구조 개선 여지에 대한 확실한 가능성이 보이면 선박펀드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올해 해수부의 중점 사업 중 하나로 ‘크루즈 사업’을 꼽았다. 중국, 일본 등은 경쟁적으로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국적 선사를 출항시키지 못했다. 그는 “해운업종 중 이 정도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건 크루즈산업이 유일하다”며 “올해 국내 크루즈 이용객 수를 3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5월 중 현대상선과 팬스타라이너스가 출자한 크루즈선 운영사 코리아크루즈라인이 국적 크루즈 시범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중 이란 해운시장 진출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양국 선사가 상대국 항만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상대국 선사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한·이란 해운협정을 오는 5월 중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 선박과 플랜트 설비에 대한 검사나 인증 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란과 관련 합작사를 설립해 시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성미/김재후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