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LK투자파트너스'와 손잡고 인수전 참여 추진
한국금융·KB금융 2파전 구도에 큰 '변수'…참여방식 논란 예상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은 미래에셋증권이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간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증권 인수전에 메가톤급 변수가 발생했다.

20일 사모펀드(PEF)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현대증권 매각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LK투자파트너스와 손잡고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K투자파트너스는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자산전략팀장 출신으로 오랜 기간 채권 크레딧 부문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해 온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국내 PEF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사모펀드로부터 컨소시엄 구성 제안을 받고 현재 투자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본입찰일인 25일 전까지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5천억원, 기관투자자가 5천억원 등 총 1조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하는 걸로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작년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신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설욕전 양상으로 진행돼 온 현대증권 인수전은 미래에셋이 참여하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은 작년 12월 대우증권 본입찰에서 2조4천513억원(산은자산운용 포함)을 제시해 각각 2조2천억원대와 2조1천억원대를 써낸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지난 18일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매각 가격을 2조3천205억원(산은자산운용 포함시 2조3천846억원)으로 확정해 가격조정합의서를 체결했다.

LK투자파트너스가 미래에셋을 끌어들여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기자본 5조8천억원 규모의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에 현대증권까지 더해진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2천억원이다.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는 한국금융지주, KB금융지주 외에 국내외 PEF인 파인스트리트, LK투자파트너스, 글로벌원자산운용, 홍콩계 액티스 등 모두 6곳이 경쟁하고 있다.

지난 18일 예비실사를 끝냈고, 본입찰 일정이 오는 25일로 잡혔다.

업계 일각에선 미래에셋이 이 같은 방식으로 현대증권 인수전에 나서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우증권 인수 당시와 다르게 초반부터 인수 경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늦게 PEF와 손잡고 인수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공정경쟁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승인 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의 자금 조달 방법과 역량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8천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동원한 상황에서 추가로 외부자금을 빌려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현대증권 주주는 물론 대우증권 주주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래에셋 측은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우증권 소액주주와 노동조합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방식이 피인수 법인인 대우증권과 주주에게 합병 비용을 우회적으로 전가하는 차입매수(LBO)라며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따져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자금 일부를 외부에서 조달해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걸 불법으로 보는 법률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따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래에셋이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기존 인수 후보자들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인수 후보업체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참여 사실 확인이 중요한 것 같다"며 "미래에셋의 명확한 입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인수전 참여 입장이 기존 인수 후보자들의 실제 참여 여부와 인수 희망 가격 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참여에 관한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존 입찰 참여자들이 부담을 느껴 본입찰에 불참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미래에셋이 현대증권을 매수할 의지가 있다면 인수전 참여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