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업률이 일본 실업률을 12개월 연속 웃돌았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잃어버린 20년’ 이후 최대 훈풍을 맞은 반면 한국의 고용 시장은 악화한 결과다.

17일 통계청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1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3.5%로 일본의 3.2%보다 0.3%포인트 높았다. 계절조정 실업률은 고용 착시를 일으킬 수 있는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한 경기적 요인만으로 측정한 실업률이다. 계절조정 실업률을 놓고 보면 한국 실업률은 지난해 2월부터 12개월 연속 일본보다 높았다. 올 들어서도 한국 실업률이 일본을 웃돌아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추정이 나온다. 지난달 한국의 계절조정 실업률은 4.1%로 2010년 2월(4.2%) 이후 최고였다.

한국 실업률이 이처럼 장기간 일본을 웃돈 것은 1999년 6월 새 통계기준이 적용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두 나라의 실업률 역전은 고용시장의 ‘온도차’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과거 장기침체기에 비해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는 데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충격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건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비숙련 노동자 채용이 증가한 것도 실업률이 떨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 고용시장은 2014년 취업자가 50만명대로 늘어나는 ‘고용 서프라이즈’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내수 부진과 대외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로 고용 창출 여력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29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