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통화정책에 따라 환율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 급락하던 원화가치는 17일 하루 만에 20원 급등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 가깝게 나오면서다.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잦아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국 경제 전체로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약세 덕을 볼 것으로 기대됐던 수출이 당장 걱정이다.
강세로 방향 튼 원화가치…금리인하 압력 커져
◆5년6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13원30전 내린 달러당 118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새벽에 발표한 FOMC 3월 정례회의 결과가 외환시장에 즉각 영향을 줬다. FOMC는 올해 금리인상 전망을 기존 네 차례에서 두 차례로 줄였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보다 0.4%포인트 낮춘 1.2%로 제시했다.

미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완만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었다. 달러가치는 급격히 약세로 돌아섰다. 이제까지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감은 글로벌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여 달러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었다.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꾸준히 강세였다.

이 같은 흐름이 FOMC 직후 거꾸로 가기 시작한 셈이다. 산유국의 산유량 동결 논의가 진전되면서 국제 유가 또한 올랐다. 위험선호 심리가 되살아나자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과 통화가치가 상승세를 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서자 오후 들어 원·달러 환율이 더욱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전일보다 20원 급락한 1173원30전. 연저점이자 환율 하락폭으로는 2011년 9월27일(22원70전 하락) 이후 최대였다.

◆원화 약세 덕 보나 했더니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FOMC 결과가 완화적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환율이 급락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다음달까지 1150원 선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올 들어 원화가치 하락폭을 고스란히 되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1238원80전까지 치솟아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지정학적 위험, 채권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로 원화가치는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서도 크게 내렸었다.

수출업체 입장에선 이 같은 원화 약세가 호재이기도 했다. 수출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최근까지 일본 엔화가치가 오르면서 ‘엔저(低)’ 우려 또한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원화 강세가 재개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달 말 100엔당 1100원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이날 1050원 아래로 떨어졌다(원화가치 상승).

원화 약세 덕을 기대했던 국내 수출은 다시 걱정거리를 안게 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중국의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한국은 대(對)중 수출 둔화를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출 개선이 쉽지 않다고 봤다.

◆금리인하 여지 생기나

이는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에도 고민거리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달 한은은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까지는 환율 급등으로 자금유출 가능성이 커져 금리인하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안감이 잦아들고 환율도 내린 만큼 인하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2.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515%를 나타냈다.

아직은 환율 하락이나 금리인하를 확신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연간으로 봤을 때 원화 약세가 끝난 것은 아니다”며 “오는 6월 미국 금리인상이 재개되면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 증가, 한계기업 문제 등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