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자리 사업이 공무원들의 ‘밥그릇 싸움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방만한 일자리 사업을 주기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들은 슬금슬금 일자리 사업을 늘려왔다. 그래야 부처가 쓸 수 있는 예산이 늘어나고 인력도 증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196개 정부 일자리 사업 전체에 대해 심층평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 중복되거나 성과가 미미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 구조조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에도 관계 부처 합동으로 ‘수요자 중심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효율화 방안’을 내놨다. 당시 202개 일자리 사업을 134개로 줄이는 것이 골자였다. 이듬해엔 140개까지 줄였다. 하지만 일자리 사업 수는 다시 늘어났고 올해에는 2011년보다 40% 불어난 196개에 달한다. 관련 예산도 같은 기간 9조2000억원에서 15조7000억원으로 6조5000억원(70.7%) 급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 목표를 위해 일자리 사업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청년, 여성, 노인 등 정부의 일자리 관심 분야가 바뀔 때마다 부처들이 예산과 인력을 늘리기 위해 앞다퉈 신규 사업을 추진해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25개 부처에서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턴 사업은 9개 부처의 12개, 장애인 취업 지원 사업은 5개 부처의 11개, 해외취업 지원 사업은 5개 부처의 5개 등 조금이라도 겹치는 사업이 40개가 넘는다.

지난해 국회에서 올해 예산안을 검토하면서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은 일자리 사업이 그대로 추진된 사례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중소기업 취업연수지원 사업’과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인식개선 사업’이 대표적이다. 두 사업 모두 청년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고 지원 대상과 프로그램 내용도 같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 ‘난립’하게 된 데는 일자리 총괄부처인 고용부 탓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처 간 중복되는 사업 조정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사업 수를 늘리는 데 앞장선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일자리 사업 내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주완/이승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