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시내면세점 개편 방안의 핵심은 지난해 사업권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를 구제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체 탈락으로 수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내 면세점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새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권 10년으로 연장…소급적용도 검토
◆탈락 업체 구제 나서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5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이 참여한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것이다. 이날 발표한 개선 방안에는 시내면세점을 늘리는 방안과 기존 사업자의 특허 기간을 5년 연장하고, 갱신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낙균 KIEP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은 지난해 외국인 면세점 이용자 수가 2011년보다 128% 증가하고 매출도 같은 기간 166% 늘었다”며 “신규 면세점 추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어 “경쟁력 있는 면세점을 육성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 기한 갱신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면세점 사업 기한 갱신을 허용하면 기존 업체에 도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방법으로 면세점 제도가 개편되면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업체들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다.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와 SK, 작년 7월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과 이랜드 등 4개 기업의 재도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업권 갱신이 허용되고 소급 적용까지 가능해지면 오는 5월과 6월에 특허 기한이 끝나는 호텔롯데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점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다만 최 연구위원은 “사업권 갱신으로 항구적인 특혜를 받는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면세점산업 위한 고육지책

한국경제연구원은 면세점 기한 축소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조4999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면세점 고용 인원도 2000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면세점산업의 성장세에 비해 면세점 수가 모자란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면세점 제도로는 관광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무엇보다 정책 불확실성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면세점 사업권 검토안에 대해 작년에 새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HDC신라,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두산, SM(하나투어)면세점 등 작년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5개사는 “한국 면세시장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개악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급 적용이 언급된 데 대해 특히 우려했다. 신규 면세점 관계자는 “면허가 취소된 롯데 등이 재진입하면 ‘면세사업 경쟁력 강화’라기보다 특정 업체 봐주기용이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지난 14일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면세점이야말로 수천억원의 투자와 수천명의 고용이 필요한 사업인데, 정부 허가 기준 등이 바뀌는 바람에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주완/강영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