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목표치로 설정한 ‘2% 물가상승률’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추구해온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만큼 일부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적정 물가상승률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골디락스 기준에 따라 물가상승률 2% 목표치를 추구해왔지만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디락스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좋은 경제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높은 성장에도 물가상승은 없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가리킨다.

일부 경제학자는 고정된 2% 목표치가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상황을 무시하고 물가상승률 목표를 맞추려고 시도하면 금융 시스템이 왜곡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2% 목표치를 높여야 할지, 낮춰야 할지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물가 목표치를 1% 정도로 낮추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폴 드 그라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하고 중앙은행이 경제 위기에 대처할 여지를 남기기 위해 더 높은 4%의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조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ECB는 지난 10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연 0.05%에서 연 0%로 내리면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1.0%에서 0.1%로 크게 내렸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