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부진 지속…섬유산업 올해도 어려워
섬유는 국내외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 중 하나다. 작년 한 해 섬유업계는 국내외 경기 부진 영향으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올해도 사정이 확연히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및 연구기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이 연 6.5~7.0%의 중속성장을 공식화한 데다 최근 수년간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미국도 연초부터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 겪은 2015년

작년 한 해 섬유산업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가 심해지면서 생산이 부진했다. 재고 누적에 따른 감산과 전방산업인 패션산업의 내수 부진으로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섬유업계가 재고 소진에 주력하면서 재고는 2분기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지만, 가동률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먼저 내수경기를 살펴보면 6~7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여파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의류 소매판매가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년 동기보다 의류 소매판매가 늘어난 달은 10월(6.4%)과 11월(4.2%) 두 달에 불과했다. 10월 초 있었던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패션 소비 개선에 다소 도움을 주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2015년 연간 섬유류 수출은 전년보다 10.2% 감소한 143억1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제품가격이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섬유 원료, 화섬사, 화섬직물 등을 중심으로 중국, 유럽연합(EU), 중동지역으로의 수출 물량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유가 하락으로 수출 물량(266만t)은 2.9%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수출 단가(㎏당 5.39달러)는 7.6% 하락했다.

○“어려움 계속될 것”

중국 경기부진 지속…섬유산업 올해도 어려워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섬유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경기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국내 섬유제품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 부진이 가장 큰 악재다.

2014년 7.4%, 2015년 6.9%를 기록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6%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한 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로 6.3%를 제시했다.

품목별로는 섬유 원료, 원사, 직물 등 섬유소재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대(對)중국 전체 섬유 수출 가운데 섬유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6%에 달했다. 중국 경쟁 기업의 첨단 생산설비 도입에 따른 원사 및 직물의 품질 수준 향상은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연초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트렸던 중국, 유럽발(發) 동시 금융위기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에는 수출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올 한 해 한국이 총 144억5000만달러어치의 섬유를 수출해 지난해보다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경기부진 지속…섬유산업 올해도 어려워
○중국산 섬유 국내시장 잠식할 듯

올해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산 섬유류의 국내 유입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측이다. 중국 섬유기업이 품질 향상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상황에서 FTA가 본격 가동되면, 통관절차가 간단해져 중국산 섬유류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난해 중국산 섬유 수입은 금액 기준으로는 2.2% 감소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3.5% 증가했다. 한국이 수입하는 섬유류 전체에서 중국산은 지난해 44.6%로 1위를 차지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