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수도관 때문에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수돗물이 전체 생산량의 1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시민들이 2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으로 팔당호 저수용량의 2.9배에 달한다.

낡은 수도관 교체를 담당하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늑장을 부린 탓이라는 분석이다. 국고 예산을 들여서라도 낡은 수도관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는 수돗물 연 7억t…팔당호의 3배
버려지는 수돗물 한 해 7억t

환경부가 11일 발표한 ‘2014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낡은 수도관 때문에 손실된 수돗물의 양은 전년 대비 3527만t 늘어난 6억9127만t으로 집계됐다. 전체 생산량 중 버려진 수돗물의 양을 의미하는 누수율은 11.1%였다. 2014년 한 해 수돗물 누수량은 부산시 전체 인구가 2년 넘게(757일) 쓸 수 있는 양이다. 전국 평균 생산원가(t당 876.4원)로 환산하면 6059억원이 땅속으로 버려진 것이다.

누수율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했다. 서울 누수율은 2.5%에 불과하지만 제주는 43.0%, 전남과 경북은 각각 26.1%, 24.7%에 달했다. 한국의 수돗물 누수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높은 편이다. 수도 정비가 잘돼 있는 일본의 누수율(2014년 기준)은 4.6%에 불과했다. 덴마크와 독일은 각각 6.0%, 7.0%였다. 한국의 수돗물 누수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6억3800만t이던 누수량은 2013년 6억5600만t으로 늘어난 뒤 2014년엔 7억t에 바짝 다가섰다.

“산간 지역 국고 지원 늘려야”

버려지는 수돗물이 전체 생산량의 11%에 달하는 것에 대해 환경부는 “수도관 노후 속도를 교체 및 개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상수도관 중 설치된 지 20년이 지난 수도관은 5만4767㎞로 전체 수도관의 28.7%를 차지한다. 하지만 2014년 노후 수도관 교체율은 0.7%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노후 수도관으로 인한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엔 모자라는 수준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도요금이 워낙 싸다 보니 각 지자체가 빠듯한 예산을 책정해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도요금 현실화율(생산원가 대비 수도요금)은 전년 대비 1.7%포인트 하락한 76.1%였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수도요금은 낮은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의 수도요금은 ㎥당 666.9원인 반면 일본은 1276.6원, 미국과 영국은 각각 1540.3원, 2542.6원으로 2~4배가량 차이 난다.

수돗물 누수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40억원의 국고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노후 상수도시설 개량 사업은 ‘지자체의 고유 업무’라는 이유로 국고 지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40억원으로는 극히 일부분의 상수관로만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 주장이다. 국회예산처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수도관 노후화는 누수 발생뿐 아니라 지반 침하나 도로 파손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며 “노후화가 심각한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