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수입차 중 법인차량 비율 34%로 떨어져
롤스로이스 등 고가 수입차 브랜드 판매도 줄어


고가의 법인차를 개인이 마음대로 쓰는 폐해를 막고자 업무용 차량의 비용 처리 제한을 강화하자 수입차의 법인 차량 비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그동안 회사 소유로 등록된 고가의 수입차를 오너 일가 등이 마음껏 사용해왔음을 보여준다.

9일 한국수입차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1만5천671대이며 이 가운데 34%인 5천332대가 법인 차량이었다.

이 비율은 이전 최저치였던 지난해 12월 34.4%보다 0.4%포인트 낮은 것으로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수입차 중 법인 차량 비율이 낮았던 것은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으려는 개인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당시 법인 차량 등록 대수는 많았지만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 12월 수입차 법인 차량 등록 대수는 8천383대로 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반면 지난 2월 수입차 법인 차량 등록 대수는 5천332대로 2013년 12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지난 2월은 지난해 12월과 달리 법인 차량 판매마저 크게 줄면서 수입차에서 법인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올해부터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가 강화된 부분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업무용 차의 사적 사용을 방지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한다는 방침에 따라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개정해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 명의로 업무용 차를 구매할 경우 연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입비 상한선을 최대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또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쳐 1천만원 이상 비용으로 인정받고자 할 경우에는 운행일지를 작성해 업무사용비율을 입증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5년에 걸쳐 업무용 차 구입비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고 연간 유지비도 제한 없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법인과 개인 사업자들이 구매한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가 크게 강화된 셈이다.

1천만원 초과분에 대한 경비처리를 위해 운행일지를 작성해 제출하면 개인정보가 과세당국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과 운행일지 허위 작성 시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는 우려도 업무용 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수입차 딜러는 "올해부터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면서 지난달 업무용 차 용도의 고가 수입차 판매가 크게 줄었고 그 여파로 법인 차량 비율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월뿐 아니라 지난 1월 수입차 중 법인 차량 비율이 39.4%에 머물렀다는 점에서도 입증된다.

지난 1월 법인 차량 비율은 역대 1월 수입차 중 법인 차량 비율 중 가장 낮았을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비율이 40% 아래로 내려갔다.

매년 1월은 국내 기업들이 임원 승진자들에게 지급할 업무용 차를 사는 등 전통적으로 법인 차량 구매가 많은 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업무용 차 과세 강화의 영향으로 수입차 중 법인 차량 판매가 줄었다는 것은 브랜드별 판매동향에서도 드러났다.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이 업무용 차로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고가 수입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 재규어, 렉서스, 아우디, BMW 등은 지난 2월에 전년동월 대비 판매가 일제히 줄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가 수입차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보다 판매가 크게 줄고 법인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정부의 이른바 무늬만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업무용 차 과세 강화 관련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사업주 부인이나 자녀, 친척의 업무용 차 사용을 제한하는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을 4월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내달부터 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법인(개인사업자 제외)들은 업무용 차 관련 비용을 한 푼도 경비 처리할 수 없게 된다.

가입 후 중도 해지할 경우에도 업무용 차 관련 비용은 경비 처리가 불가능하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