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기업 대표 A씨는 요새 밤잠을 설치고 있다. 3년 전 B벤처캐피털(VC)에서 받은 10억원의 투자금 때문이다. A씨는 투자금 상환을 요구한 VC와 주식을 되사는 방식으로 돈을 돌려주는 ‘상환전환우선주’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하면서 올해 말까지 ‘상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투자금과 함께 지연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 A씨는 “상장에 실패하면 계약 불이행이 돼 투자금과 함께 높은 이자를 물어줘야 할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바이오 벤처기업 대다수는 VC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A씨와 비슷한 조건의 계약을 맺는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이 벤처기업의 주식 인수 계약서에 따르면 A씨는 투자받은 뒤 3년이 지났을 때 상장과 같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자금 상환 의무가 있다. 이때 연복리의 8%를 적용한 이자율을 문다. 약속한 날짜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연복리 19%에 해당하는 지연배상금까지 물어줘야 한다.

회사뿐 아니라 창업자 본인도 책임을 져야 한다. 계약서에 ‘이해관계인(창업자)은 상환청구금 지급 의무를 포함 투자기업과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돼 있다.

정보근 법무법인 퍼스트 변호사는 “이자율만 보면 사채와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식까지 이해관계인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상환전환우선주는 이익이 발생해야 상환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따져도 상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근 많이 이뤄지고 있는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 환경 때문에 바이오 벤처기업 창업자는 물론 예비 창업자 사이에서도 “바이오 벤처기업을 차렸다가 망하면 빚쟁이로 나앉는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