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규제 벗어난 가상의 시범공간 성격…영국 벤치마킹

금융회사들이 규제 부담 없이 혁신적인 금융 상품을 가상의 공간에서 시범 운영할 수 있는 '베타테스트' 공간이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가 없는 일종의 가상공간인 일명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이하 샌드박스)' 제도를 하반기 도입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샌드박스란 모래를 깔아 어린이가 다치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제한된 장소를 뜻하는 말로, 이 개념을 금융현장에 접목해 기존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새로운 금융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낮은 비용으로 검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인가를 받기 전에 샌드박스에서 서비스를 테스트해볼 수 있다.

앞서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규제부담 없이 혁신적인 금융상품의 시범적용을 지원하겠다며 연내 샌드박스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의 샌드박스 구상안을 보면 우선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회사 건전성 등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금융모델 시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스트 대상 소비자와 투자금액이 제한되며 운영 기간도 테스트에 꼭 필요한 최소한도로 부여된다.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은 금융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며 시험 기간 감독 당국의 밀착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아직 본인가를 마치지 않은 금융회사는 인가에 필요한 업무를 한시적으로 테스트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기존 금융회사는 새 상품을 시범 테스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사업자가 테스트 서비스를 제안하고 금융당국이 필요성을 검증해 샌드박스 적용을 확정하면 테스트 대상 소비자와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 적용을 배제할 규제와 시험기한 등을 정해 테스트에 들어간다.

금융연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영국 금융감독청의 규제안전공간 설치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제도의 장점을 혁신적 아이디어의 시장 출시에 필요한 시간·비용의 축소와 신상품·서비스의 시장 테스트 증가 등을 꼽았다.

요컨대 혁신적 아이디어는 있지만 미인가 상태인 잠재적 사업자로서는 정식 사업인가 전에 개발한 사업모델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동시에 감독 당국과의 교류를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사들로서도 샌드박스 내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테스트와 관련해서는 감독 당국이 어떠한 감독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받음으로써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 도입을 위해 영국 사례조사 등의 연구용역을 마친 뒤 세미나와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7월 이후 도입방안을 최정 확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