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 "산업지형 바뀌는 파괴적 변화 시대…빠른 의사결정으로 경쟁력 높여야"
구본무 LG 회장(사진)이 “기존 산업의 지형이 바뀌는 파괴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융복합으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면서 기존 산업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구 회장의 분석이다.

구 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분기 임원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구본준 (주)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과 임원 350여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기술발전과 융복합, 치열한 경쟁으로 기존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며 “변화의 흐름과 우리의 강점을 고려해 집중해야 할 사업을 정하고 소비자와 시장의 관점에서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 "산업지형 바뀌는 파괴적 변화 시대…빠른 의사결정으로 경쟁력 높여야"
전기자동차가 기존 산업을 뒤흔드는 대표적 사례라는 게 LG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자동차업체와 전자업체가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물에 센서를 붙이고 이를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모델을 전자업체와 인터넷업체가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구 회장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깊은 고민과 통찰 △과감한 의사결정 △철저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치밀하게 살핀 뒤 사업방향이 정해지면 과감하게 투자하라는 의미다.

LG는 이 같은 구 회장의 방침에 따라 에너지, 자동차부품 등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경북 구미에 53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앞으로 3년간 10조원을 투자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을 늘릴 계획이다.

LG화학의 2차전지는 20년 이상 투자를 집중한 끝에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LG화학은 20여개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백만대의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물량을 수주했다. 지난해 세계 1위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 AES와 기가와트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구 회장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짚어보고 해낼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으로 더욱 정진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임원세미나에서는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진정성 마케팅, 마케팅의 뉴 패러다임이 되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LG경제연구원은 미래학자인 토니 세바의 저서 《에너지 혁명 2030》의 내용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토니 세바는 이 책에서 과거 PC, 인터넷, 스마트폰이 정보기술(IT)산업의 판도와 인류의 삶을 바꾼 것처럼 앞으로는 태양광,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이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