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품목 제한·입국 면세점 구매한도 증액 등 내수 진작 '올인'

중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과세를 크게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소비재 수출 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직구로 중국에 수출되는 우리나라 상품은 화장품, 보디 용품, 위생용 패드, 신발, 의류, 소형 가전, 건강식품 등이다.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은 최근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는 등 내수 진작에 '올인'하는 정책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다.

중국인의 해외 직구 규모는 지난해 2천400억 위안(약 44조6천억원)으로 전년보다 60%가량 증가하는 등 최근 급성장했다.

6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중국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해외직구 상품에 대한 세제 개정안을 마련해 4월 8일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해외 직구 상품에도 일반 무역 수입 제품처럼 관세, 증치세(부가가치세로 공산품은 17%), 소비세(화장품, 시계 등에 30%)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해외 직구 상품에 상대적으로 세액이 적은 우편세(0~50%로 5단계. 정식 명칭은 행우세)만 부과했다.

개정안은 우편세 대신 ① 세액 50위안(약 9천300원) 미만 ② 세액 50위안 이상에 제품 가격 2천위안(약 37만2천원) 미만 ③ 제품 가격 2천위안 이상 등 세 경우로 나눠 과세하는 내용을 담았다.

①과 ②의 경우 증치세와 소비세를 더한 세율의 70%를 부과한다.

③의 경우 기존 일반 무역 거래처럼 증치세, 소비세, 관세를 더한 뒤 이 세율의 70%를 매기게 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 기업에 특히 불리한 경우는 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①에 해당하는 제품은 완전 면세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세율 10%의 499위안(약 9만3천원)짜리 제품을 구입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세액이 49.9위안이라서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조건 최소 11.9%(증치세의 70%)의 세금이 붙는다.

여기에 소비세까지 더해지면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역직구로 수출하는 제품은 이 가격대에 몰려있다.

국내 수출 업체들은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 이 가격대에 맞춰 포장을 잘게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제품 등 가격대가 높은 ③의 경우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면제되는 ①, ②와 달리 6.5%가량의 관세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다만 ②에 해당하는 화장품은 오히려 기존보다 세액이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동안 화장품에는 우편세 최고치인 50%가 붙었는데 제도가 바뀌면 이 가격대의 경우 이전보다 세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중국 정부는 우편세를 3개 등급으로 나눠서 부과하는 방안도 차선책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우리 기업으로서는 가격이나 포장 전략 등 B2C 마케팅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의 실제 세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차원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조만간 해외 직구 가능 품목 리스트를 새롭게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품목을 이 리스트에서 제외해 자국민의 직구 쇼핑을 제한할 움직임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또 입국장 면세점의 수와 면세 구매 한도를 늘려 내수 소비를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등 4곳에만 있던 입국장 면세점을 19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할 경우 기존 해외 면세상품 구매액 한도인 5천위안(약 93만원)을 8천위안(약 149만원)으로 확대해주기로 했다.

해외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행객이 입국장 면세점에서 더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대다수 중국 관광객은 국내외 공항의 출국장 면세점을 이용한다.

최용민 지부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 제품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서 제도가 변경된다고 해서 소비 성향이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한다"며 "우리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