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목표 구간 설정은 자신감 결여(?)…재정지출 확대로 타개
미국의 금리 인상 계획에 변수될 가능성

중국이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바오치'(保七)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중속성장을 확정함에 따라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여파가 몰려올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제시한 '6.5∼7.0%', 향후 5년간 성장률 목표치로 내놓은 '6.5% 이상'은 그간의 고도성장세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실현을 위해 성장률을 중간 속도로 유지하면서 이에 필요한 구조개혁 과업도 수행해야 하는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성장률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성장률 목표의 특정 수치를 찍어 제시해왔던 중국이 21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 목표 구간을 설정해 제시한 것은 그만큼 목표 달성의 여건이 좋지 않고 경제운용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04년 이후 매년 8% 이상의 성장률을 목표로 고공행진을 지속해오다 급격한 성장둔화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 6∼8월 중국 증시의 폭락사태는 이런 우려를 더욱 확산시켰고 지난해 25년만의 최저 성장률인 6.9%의 성장률로 이를 확인시켰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권이자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꿔가며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던 중국 경제의 하락세는 전 세계의 경기둔화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우려를 샀던 중국의 경기둔화는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증폭되며 세계 무역의 회복세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의 2차 금리 인상이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후폭풍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중국이 자본유출 가속화를 막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에 기대 수출을 늘리려 할 것이고 이에 맞서 세계 각국이 통화전쟁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우려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로 예상되기도 했던 금리인상 시기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신흥국가의 원자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구매해오던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부진해지면 원자재 가격의 폭락으로 신흥공업국에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서도 한국, 대만처럼 중국에 생산과 수출을 의존해오던 국가는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중국발 수요 감소는 같은 정도의 미국발 수요 감소보다 한국에 5배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중국이 경착륙을 피하고 중속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단행할 경우 각국이 가격경쟁력에서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어져 수출에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헤지펀드들이 위안화의 대폭 절하에 베팅하면서 절하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생산과잉을 겪고 있는 중국이 올해 공급 측면의 개혁을 통해 저가 재고처리에 나서게 되는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디플레이션 위기를 확산시킬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 자신도 디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12월까지 46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다만 중국은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 시대에 맞춰 중속 성장에 맞는 체질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이 그동안 진행한 구조조정 작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기 시작한 데다 정부가 정책 운신의 폭을 갖추고 기업 지배력과 사회 통제력이 크다는 점이 경착륙 우려를 씻어줄 수 있는 포인트다.

아울러 큰 내수시장을 갖추고 자본시장 개방 수준도 낮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특히 리커창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재정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3%에서 3.0%로 올림으로써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올해 성장목표 달성 대책의 방점이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에 찍혀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재정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을 진행할 수 있는 국가는 G20(주요 20개국) 가운데 중국이 유일한 것으로 평가된다.

쉬웨이훙(許維鴻) 중항(中航)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적자 확대 정책은 안정 성장구조에 부합하는 조치"라며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로 시중 자금시장에 '실탄'을 제공하는 한편 지방정부의 투자 체계를 보다 현대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