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보고서…"고급 의류·車부품 등에서 잠식 가능성 커"

우리나라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미국시장을 일본 등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의 김형주 연구위원과 이지홍 책임연구원은 3일 'TPP 이후 주목해야 할 사업환경 변화'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우리가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일본과 베트남을 비롯한 TPP 회원국에 미국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누려온 상대적 우위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면 우리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많이 진전된 고급 의류, 자동차 부품, 정밀화학 등의 분야에서 시장 잠식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시장 개방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일본이 TPP를 디딤돌 삼아 우리나라를 앞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TPP가 출범하면 95∼100%의 높은 수준의 상품시장 자유화가 이뤄지고 각종 비관세 장벽 및 규제가 철폐된다.

현재 일본의 대미(對美) 수출액 중 50% 이상이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이고 관세 효과 측면에서 일본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김 연구위원과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또 베트남은 TPP 회원국 가운데 투자 및 서비스 분야의 개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TPP 출범을 계기로 교역구조가 규모보다 부가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미래형 혁신 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글로벌 전략이나 생산지 결정에서 제조업의 소프트화와 디지털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일본 등 12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TPP의 공식 서명식이 지난달 4일 뉴질랜드에서 열렸다.

TPP는 전체 회원국이 국내 비준 절차를 완료하면 60일 후부터 발효된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