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털(모험자본)의 신규투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기피현상은 여전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의 신규투자 금액은 2조858억원으로, 전년(1조6천393억원)보다 27.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 해에 신규투자액이 2조원을 넘은 것은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2조211억원)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신규투자액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벤처캐피털 신규투자액은 최근 4년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1조2천608억원에서 2012년 1조2천333억원으로 소폭 줄었던 신규투자액은 2013년 1조3천845억원으로 늘었다가 2014년 1조6천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런 증가세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의 투자 기업 수도 2012년 688개, 2013년 755개, 2014년 901개, 2015년 1천45개로 불어났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모태펀드 등 재원이 늘어난 영향으로 신규투자액이 증가했다"며 "스타트업 등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신규투자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신규투자액이 크게 늘었음에도 창업 후 1∼3년이 지난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인색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신규투자액의 41%인 8천558억원이 창업 7년 이상의 후기 기업에 몰렸다.

김현숙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창업 초기 기업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크고 투자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이런 이유로 벤처캐피털은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전체 신규투자액에서 후기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보다 3.3%포인트 감소하고 초기기업과 중기기업 비중은 각각 0.3%포인트와 3.1%포인트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 업체 수로 따질 경우 초기 기업이 전체의 47.2%를 차지해 벤처캐피털이 초기기업 발굴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