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4세 경영시대 개막…박용만 "승계할 때가 됐다"
박정원 회장 25일 주총 거쳐 정식 취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천거했다.

박용만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큰 조카인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 승계함으로써 두산 그룹은 오너 4세 경영 시대가 열리게 됐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다.

박두병 회장의 부친인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 4세에 해당한다.

두산에서는 그동안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의장이 그룹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그룹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 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최근 들어 본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박정원 회장이 승계하는 문제에 대해 자주 지인들에게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회장은 특히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일각에선 박용만 회장의 그룹 회장직 사퇴와 박정원 회장의 승계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 등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두산 측은 이에 대해 "최근 일부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이번 회장직 승계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박용만 회장께서 오랜 기간 심사숙고한 끝에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태는 한편 두산 인재양성 강화 등을 위해 설립된 DLI㈜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데도 주력할 것이라고 두산 측은 전했다.

두산그룹은 박두병 창업 회장의 유지에 따라 형제간에 경영권을 승계해왔다.

박 창업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회장부터 시작해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회장까지 차례로 경영권이 이어져왔다.

박용만 회장은 2012년 4월 취임해 약 4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은 올해 운영권을 따낸 ㈜두산의 면세점 유통사업부문 전무를 겸하고 있다.

두산 측은 "박용만 회장의 등기 이사 임기가 올해 만료될 예정이고 박 회장 입장에선 지금 승계 작업이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