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서 대표가 서울 압구정 1호 매장에서 기능성 구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안서 대표가 서울 압구정 1호 매장에서 기능성 구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리는 요리사의 손에서 나온다. 대다수 사람이 요리사의 현란한 손동작에 열광할 때 요리사의 발에 시선을 돌린 사람이 있다. 기능성 수제화 제조업체 제뉴인그립의 기안서 대표다. 그는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요리사가 주방에서 신는 신발을 개발했다. 이전까지 요리사의 근무화는 산업용 안전화나 장화였다. 기 대표는 “미끄러지거나 발이 아파 신발을 벗고 쉬는 요리사를 보고 요리사용 전문화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제품은 미끄럼 방지와 방수 항균 기능을 갖췄다. 더 중요한 것은 착용감이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요리사의 직업 특성을 고려해 충격흡수 깔창을 특수 제작했다. 100% 맞춤형이다. 기 대표는 “롯데호텔 등 웬만한 특급호텔 요리사의 80%가 우리 신발을 신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능성 신발 제작이 가능한 것은 37년간의 노하우 덕분이다. 기 대표는 1979년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 취직했다. 이후 해외 수출용 기능성 신발 제작 한우물만 팠다. 미국의 유명 기능성 구두 브랜드 ‘락포트’에도 납품했다. 기능화 제작 노하우는 제뉴인그립 제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기 대표는 충격흡수 깔창의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요리사용 신발이 인기를 끌면서 호텔 내 다른 직군 근로자에게도 입소문이 났다. 객실, 연회 담당 직원이 신을 수 있는 기능성 구두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외관이 고급스러우면서도 발이 편해야 했다. 1년여간 일하는 사람들의 걸음걸이와 발 모양을 측정해 데이터를 쌓았다.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했다. 5년 전부터는 호텔 직원이 신는 기능성 구두도 제작하고 있다.

기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일반인용 컴포트 슈즈(comfort shoes) 브랜드 ‘엔드리나’를 출시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1호 매장을 열었다. 기능성 신발 제작 노하우를 일반 구두에 적용했다. 발바닥을 네 부분으로 나눠 각각의 특성에 맞춘 깔창을 특수 제작했다. 기존 충격흡수용 소재인 라텍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 발병의학협회에서 인증한 소재인 ‘포론(poron)’을 사용했다. 장기간 사용해도 쭈그러들지 않는 게 장점이다.

여성을 위한 기능성 구두와 발레슈즈를 모티브로 한 초경량 구두도 내놨다.

기 대표는 올해 전국에 매장 10개를 낼 계획이다. 디자인을 강화하기 위해 스페인 디자인 회사와 협업을 추진 중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기능성 구두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