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연초부터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에 단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던 조선 '빅3'는 이달에도 현대중공업만 겨우 3건의 선박 수주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수주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현대삼호중공업이 2월초 터키 디타스가 발주한 유조선 2척을 수주한 것과 현대중공업이 2월 중순 아시아 선주로부터 LPG선 1척을 수주한 것을 합쳐 총 3건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수주액은 3건을 합쳐 3억 달러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수주가 전혀 없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2월이 비수기로 분류되긴 하지만 이렇게 수주가 부진했던 적은 드물었다"며 "현대중공업의 수주도 아직 유의미한 수주치로 보기 어려우므로 1월에 이어 2월 수주도 거의 제로(0)나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수주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움츠러든 발주사들이 선박 주문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하반기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가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다른 선사들도 동참해 컨테이너선 발주가 급감했고 저유가로 LNG선 발주도 뜸해진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중소형 선박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를 앞서는 중국 조선소가 일감을 가로채다시피 하고 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불황이라는 말이 나왔던 작년 1∼2월만 해도 조선 빅3의 수주 실적이 지금 같지는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 유조선 4척을 4억달러에 수주했고 2월에는 조선해양플랜트를 9억달러에 수주했으나 올해는 이 기간 수주가 2∼3억불 수준에 그쳐 3분의 1로 급감했다.

삼성중공업도 작년 1월 LNG선 2척을 4억달러에 따낸 데 이어 2월에도 컨테이너선 4척을 6억불에 수주했었고 대우조선도 지난해 1∼2월 LNG선 등 8척을 총 14억 달러에 수주했었다.

더 큰 문제는 저유가와 글로벌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조선 빅3의 향후 수주 전망조차 밝지 않다는 데 있다.

더욱이 '빅3'를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들이 확보한 일감이 점차 줄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이 3천874만CGT로 1위였고 한국(2천913만CGT), 일본(2천251만CGT) 순이었다.

한국의 수주잔량이 3천만CGT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월말 이후 3년 만이다.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보통 일감을 3년치 정도 확보해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현재는 1~2년치 일감밖에 확보하지 못한 수준까지 이른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정상적인 수주가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조선과 LNG선 등의 수주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다음 달이면 업체별로 협상이 진행 중인 유조선 등의 수주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