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신고제로 법인세수 증가…올해부터 모바일로도 세금 납부

국세청은 지난해 주요 기업의 법인카드 사용액 가운데 경비로 처리할 수 없는 피부과, 성형외과, 미용실 등에서 사용한 명세서를 별도로 뽑아 해당 기업에 보냈다.

대외비로 보관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확인하는 사후 검증 대상자 선정 때 활용하던 재무제표 분석 자료도 기업에 보냈다.

국세청이 정보를 갖고 있으니 소득 신고를 성실하게 해야 할 것이라는 은근한 '경고장'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걷힌 법인세는 45조원.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세금이 2조4천억원 더 들어왔다.

정부가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등 비과세·감면을 정비한 것과 함께 국세청이 '사전 성실신고 제도'로 납세를 유도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세무 서비스 기관'으로 진화…전산시스템 발달이 계기
다음 달 3일로 개청 50주년을 맞는 국세청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세무서비스 기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수 관리 방식이 대대적인 세무 조사나 사후 검증에서 벗어나 세금을 더 편하게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대로 내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산 시스템, 조세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국세청이 기업과 개인의 재산·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수가 늘었지만 지난해 국세청의 사후검증과 세무조사는 오히려 줄었다.

부가가치세 사후 검증은 70%, 소득세 사후검증은 30%가량 줄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의 변화는 1990년대 말 전산시스템의 발달과 함께 시작됐다.

국세청은 1997년 국세통합시스템(TIS)을 도입해 전 부서를 하나의 전산망으로 묶고 과세 자료를 실시간 공유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금 흐름을 분석해 불필요한 세무 조사를 줄일 수 있게 됐다.

2002년에는 세무서를 찾지 않아도 세금 신고·납부를 할 수 있는 홈택스(Hometax)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국세청이 신고서를 미리 채워주는 '미리 채워주기(pre-filled)' 서비스가 도입됐다.

과거에는 납세자가 일일이 자료를 갖춘 후 신고서를 작성했다면, 국세청이 보유한 자료로 신고서를 최대한 채워주는 서비스로 인터넷상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편리하게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납세자들이 자발적으로 성실한 신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세수를 늘릴 수 있기에 세무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게 국세청의 방침이다.

◇ 올해부터 모바일로도 세금낸다
올해는 납세자 입장에선 세금 내기가 더 편해질 전망이다.

국세청은 올해 세금신고부터 납부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세금납부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각종 증명 발급 신청이나 사업자 등록 정정, 휴업·폐업신고도 모바일로 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홈택스에선 그간 계좌이체로만 세금을 낼 수 있었는데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해진다.

연말정산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해준 '미리 채워주기' 기능은 확대된다.

소규모 사업자뿐 아니라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신고서나 공익법인 신고서도 미리 채워진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를 이용한 성실납부 안내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정교한 사전안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쌓인 세금 신고 관련 빅데이터 덕분이다.

2011년 전자세금계산서가 도입된 이후 사업자들의 매출을 상세히 집계할 수 있게 되면서 업종별·기업별로 정확히 세금 안내를 할 수 있게 됐다.

개별 기업이나 사업자에 어떤 항목은 공제받지 못할 것 같으니 고려해 신고하라고 안내하거나, 작년 신고한 항목에서 비용 부문이 과다한 것 같으니 올해 신고 때는 참고하라는 방식이다.

올해는 탈세 패턴을 분석해 탈세 위험도가 높은 업종과 납세자를 파악하고, 기업 전산시스템상 자료와 국세청 전산자료를 연계 분석해 탈루 혐의를 도출해내는 방법을 새로 도입한다.

◇ 역외탈세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
세수 관리 방식의 변화로 법인세·소득세수를 점차 늘리고 있지만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역외탈세 문제는 국세청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 탈세자 223명에게서 1조2천861억원을 추징했다.

2012년 이후 추징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해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탈세 규모가 늘고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서다.

다행히 다자간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에 따라 한국은 2018년부터 전 세계 97개국의 납세자 금융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스위스 은행이 보유한 한국인 계좌의 명의자 이름·잔액·이자·배당 정보 등을 받아보고, 한국 시중은행이 보유한 스위스인 계좌의 정보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역외 탈세·탈루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2017년에 네덜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등 56개국이 먼저 금융정보교환을 시작하면 2018년에는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 41개국이 뒤따른다.

금융정보 자동교환을 앞두고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자진해서 역외소득과 재산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한 사람에게는 과태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국세청은 미신고자 역외 탈세자에 대해서는 대대적 검증과 처벌을 예고한 상태다.

이와 함께 해외금융정보 교환분석시스템(AXIS)을 가동하고, 자동 교환되는 해외 금융계좌 신고법(FATCA)상 금융 정보, 국외소득자료를 분석해 역외 탈세 추적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