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허용기준 설정해야"…농무부·업계 "문제 없다"
EU, 허가 재연장 앞둔 공방…독일 의회, 재연장 반대 기각


한국에서도 판매 중인 독일 인기 맥주 14종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발표를 둘러싸고 독일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의 유명 환경단체 뮌헨환경연구소(UIM)는 2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많이 팔리는 10개 업체 맥주 14종에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리터당 0.46~29.74㎍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UIM은 최고량이 검출된 제품의 글리포세이트 함유량은 독일의 식수 내 잔류 허용치(리터당 0.1㎍)의 근 300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UIM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암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한 글리포세이트는 "맥주에든 우리 체내에든 있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엿기름(맥아)과 홉(Hop), 물 이외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500년 역사의 독일 '맥주순수령'(令)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글리포세이트 사용 규제와 맥주 잔류허용 기준치 설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독일 연방위해평가연구원(BfR)의 글리포세이트 관련 보고서를 인용, "UIM이 발표한 잔류량 정도라면 성인이 하루 약 1천 리터의 맥주를 마셔야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는 "맥주엔 WHO 분류기준으로 발암물질인 알코올이 글리포세이트의 십억배 이상 들어 있다는 점에서 UIM의 인체유해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크리티안 슈미트 농업 장관도 공영 ARD방송 인터뷰에서 BfR의 연구 보고서를 언급하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농업 및 원예용 등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가 맥주 뿐 아니라 여러 곡물, 우유, 물, 동물과 인간 소변 등에서도 당연히 극미량 검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농민연맹(DBV)은 보리밭에 직접 글리포세이트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으나 파종 전에 밭에 일괄적으로 살포하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마리케 콜로자 연방환경청 보건환경감시국장은 "어쨌든 이런 성분이 인체에 축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ARD 방송은 전했다.

콜로자 국장은 글리포세이트의 인체 발암성을 놓고 IARC, BfR, 유럽식품안전청(EFSA) 등 국제기관들과 과학자들 간에도 서로 주장이 다르며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한편, UIM의 이번 발표는 오는 6월말로 10년간 사용허가가 종료되는 이 제초제의 허가 재연장을 유럽연합(EU)이 심사 중인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바이에른방송(BR)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독일 하원은 EU의 허가 심사 중단을 촉구하자는 녹색당의 제안을 반대 446, 찬성 117으로 부결시켰다.

그러나 집권 사민당 전문가들이 맥주 등에도 잔류허용치를 설정하는 한편 가정의 정원과 놀이터·공원 등 공공녹지에서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방안을 촉구하자 농무부 장관은 긍정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리포세이트 유해 논란 = 글리포세트는 세계 최대 농업생물공학업체 몬산토가 고엽제 대신에 인체에 해롭지 않은 제초제(상품명 라운드업)라며 내놓았으나 인체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 IARC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성 물질 분류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등급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EFSA는 그해 11월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하기에는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인체 유전자(DNA)를 해롭게 변형시킨다는 IARC 주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EFSA는 다만 과도한 사용과 인체 흡수 시 잠재적 유해 가능성을 우려, 체내 흡수량을 '하루 체중 1kg당 0.5mg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의 도입은 필요하다고 유럽연합(EU)에 낸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를 둘러싸고 환경보건 시민단체들과 업계는 물론 학자들 간에도 아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