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책임·투명·주주친화로 기업가치 높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횡령 사건으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지 2년만에 그룹 지주사인 SK㈜의 등기이사로 복귀하게 됐다.

SK㈜는 25일 이사회에서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내달 18일 열리는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주총에서 통과 되면 최 회장은 등기이사로 등재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복권된 이후 등기이사 복귀를 놓고 고심해왔다.

작년 말에는 복잡한 가정사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변수로 작용했다.

심사숙고한 끝에 최 회장은 지주사의 등기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함으로써 부정적 여론을 정면 돌파하기로 결론을 냈다.

사회 일각에서 대주주 경영진이 등기이사 등재를 회피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는 점도 최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회사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함께 안건을 결정하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 책임도 지는 것을 경영진의 의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지주사 등기이사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SK 측은 기대한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다.

SK㈜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회사들의 지속적인 성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최 회장이 사면복권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직후부터 이들 자회사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화, 대규모 투자 등에 팔을 걷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는 '대주주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투명경영과 주주친화경영을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SK㈜는 이날 이사회 산하에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심의할 '거버넌스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10여년 전부터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 각종 제도를 내놓은 SK㈜가 투명경영 강화방안을 추가로 마련한 것이다.

SK㈜는 거버넌스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사외이사 전원을 거버넌스위원회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SK㈜의 현재 사외이사 비중이 67%인 만큼 사외이사 전원이 거버넌스위원회에 참여하면 독립적인 심의 활동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거버넌스위원회는 특정인이 아닌 SK㈜ 전체 주주들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최 회장과 그룹 내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SK㈜ 등 각 사 이사회가 중심이 돼 SK그룹의 성장과 이를 통한 국가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