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기업 산실인 실리콘밸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넘쳐나던 투자자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고 경영난에 시달리는 일부 회사는 직원 감축과 비용 절감 등을 서두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숙취(hangover)는 시작됐다’는 제목으로 달라진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신규 투자금을 확보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숫자는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기간 미국 벤처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171억달러(약 21조원)로 5분기 만에 가장 적었다.

2014년 이후 상장한 벤처기업 48개 중 35개는 기업공개 당시보다 현재 가치가 낮은 것으로 WSJ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예전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위치공유 앱(응용프로그램)업체 포스퀘어, 배달 스타트업인 도어대시, 웹사이트 로그인 간소화 서비스 회사 잰레인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으로 가상의 팀을 구성해 스포츠 경기를 펼치는 판타지 스포츠 운영업체 드래프트킹스는 지난해 12월 연 5% 이자율로 채권 1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메시지 앱을 제작하는 탱고미는 최근 인력 20% 축소를 발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