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은행들에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총재는 1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오늘은 절기상 얼었던 땅이 녹고 비가 와 봄 기운이 서린다는 우수(雨水)지만,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어도 봄이 온 것 같지 않다)’이라는 말이 더 알맞다”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중국 금융시장 불안, 국제 유가 추가 하락,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며 “대외 리스크에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세해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럽계 은행들도 최근 마이너스 금리 시행과 에너지 관련 부실 채권 등으로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이 총재는 언급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올해도 은행들의 경영 여건이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수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올해도 기업들 업황이 크게 호전되기 어렵고 낮은 금리가 유지된다면 은행 수익성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또 “국내 은행은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이 양호해 대내외 충격에 대한 흡수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가계나 기업에 대한 금융중개기능이 원활히 작동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워낙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윤종규 국민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내 은행의 외화 차입 여건은 양호하지만 대내외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외화유동성 관리에 계속 유의하기로 했다.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회생 가능한 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