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유경제 가로막는 정부 지원책
당신이 남는 방이나 집을 하루 이틀씩 빌려주고 돈을 벌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반가워 살펴보니 버는 돈에 세금을 매기고, 방이나 집도 연간 120일만 빌려줄 수 있도록 제한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것도 부산 제주 강원에서만 시범적으로 허용한단다.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정부는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에어비앤비(숙박 공유)와 집카(차량 공유) 등을 허용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이게 지원책인지, 고사책인지 모호하다. 허용한다는 숙박 공유만 해도 대여일을 연간 120일로 제한하겠다는 건 살아나는 싹을 죽이겠다는 얘기일 수 있다. 미국에서 이용해본 에어비앤비 서비스는 대부분 단독으로 된 집을 빌려주는 형태였다. 서비스 초기엔 일반인이 남는 방을 가끔씩 빌려주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직업적으로 빌려줄 집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새로운 업태로 발전했다. 우리 정부의 ‘지원책’이라면 이런 이들은 범법자가 되거나 서비스를 포기해야 한다.

우버 같은 자가용을 이용해 돈을 받고 운행해주는 ‘승차 공유’ 서비스는 이번 대책에서 아예 빠졌다. 논란이 일고 있는 심야버스 공유 서비스 ‘콜버스’도 제외됐다. 정부는 “택시업계 등의 반발이 거세 우버식 모델은 처음부터 검토 대상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유경제는 일종의 ‘파괴적 기술’이다. 기존의 사회시스템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존 생태계의 반발이 있어도 새 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시스템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신사업 출현에 따라 세금 수입을 올리는 데 집중한 절묘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콜버스 등 신산업 분야는 기존 업역과 갈등을 유발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윈윈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본 많은 이들은 여전히 정부의 ‘공유경제 활성화’ 의지에 물음표를 갖고 있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