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상시적·선제적으로…대화하겠으나 데드라인은 정해야"
"보은인사라 하기에 이 자리 무게 너무 무거워"
"세상은 넓고 프로젝트는 많다"…수출입은행과의 영역다툼 의혹 일축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은 18일 "구조조정이 상대와의 대화를 존중하는 나머지 시간을 끌어서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상대방과 많은 대화를 하겠으나, 데드라인은 정해야 한다"며 "무조건 끌려가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는 산은 회장으로서 가장 시급한 일에 대해 "동맥경화증을 앓는 우리 경제의 혈류를 뚫어 선순환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는 구조조정에서 속도감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쪽으로도 눈을 돌려 해외 파이낸싱에서 우리 기업의 절대적인 지원군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은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보은인사를 하기에는 이 자리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한다"며 "이 인사가 보은이었는지는 1~2년 뒤에 여러분이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수출입은행 증자 일정과 방법은.
▲ 약 5천억원 정도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

많은 분들이 염려하시지만 증자에 참여하더라도 산은에 큰 부담 되는 사안은 아니다.

산은의 BIS 비율이 약 14.7~14.8%인데, 5천억원 증자해서 미치는 영향은 약 0.04%포인트 수준이다.

시점은 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 경기민감산업 지원은 어떻게 줄이는가.

▲ 어려운 문제이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 깊이 있는 검토를 끝내고 발표할 기회를 빨리 갖겠다.

-- 보은인사 지적이 있다.

▲ 답변하기 가장 어렵고도 쉬운 문제가 보은 인사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운 상황에서 산은이 헤쳐나가야하는 여러 과제로 미뤄보면, 보은인사를 하기에는 이 자리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 인사가 보은이었는지는 1~2년 뒤에 여러분이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40년 금융인생 중 32년을 은행에서 근무했고. 이후 여신전문 캐피탈, 자본시장 쪽에서 했다.

보험을 제외하면 전 부문에서 일했다.

보은이라고 말할 부분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다.

-- 노조와의 만남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 많은 참모들이 말미를 두자고 조언했지만, 소통을 망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노조 이전에 내 자식들인데 못 만날 이유가 뭔가 하는 생각이었다.

첫날 3시쯤 노조 간부들과 대면해 4~5시간 이야기했다.

다음날 조합 간부들 150명 모인 자리에 참여해서 2시간 동안 이야기 나눴다.

다음날 취임식에서 노조가 간부들이 전통을 깨고 참석해서 뜻을 함께했다.

서로 대화로 결론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가 건강하다고 느꼈다.

향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충분한 대화로 소통하고 힘을 모을 계획이다.

-- 산업구조조정 방안은.
▲ 개별기업의 구조조정을 해결하며 전체적으로 산업별 구조조정으로 육성분야와 아닌 분야를 조율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산업과 개별기업 확정짓고 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구조조정은 상시적,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 원칙으로 정상화 가능성을 초점 삼아, 국가경제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처리하겠다.

다음으로 해당 기업의 자구노력을 절대적 기준으로 봐야 한다.

이런 구조조정이 너무 느슨하게, 상대방과의 대화를 너무 존중한 나머지 시간을 끌어서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많은 대화를 하겠으나 데드라인은 정해야 한다.

무조건 끌려가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어렵다는 원칙론적 말씀을 드리겠다.

-- 성과보상체계 시스템 개선 방안은.
▲ 노조와 대화에서, 성과급에 관해 아직 산은의 시스템 어떤지 모르는 만큼 내용을 파악하는 대로 협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사견을 묻는다면, 성과급이란 게 일정한 부분에서는 필요한 면이 있다.

그러나 성과급의 전제는 평가시스템이다.

평가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면밀히 보겠다.

노조의 우려는 보완하겠다.

일방적으로 반대하다가 전체 조직이 하향평준화할 수 있다는 염려는 생각해야 한다.

-- 남북관계에 대한 산은의 진단은.
▲ 산은은 북한과 관련해 많은 연구·정보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국가가 가진 기본적 철학, 원칙 등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안된다.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사항을 살펴보겠다.

-- 적자를 줄일 방안은.
▲ 내부에 대한 실상을 더 깊이 파악하면 정확한 해법이 나올 것이다.

산은이 기본적으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해야 할 구조조정 등이 한 축이라면, 다른 축에서는 수익성도 간과하면 안 된다.

우리의 적자는 세금의 유출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먹고 살 것은 벌어야 한다.

글로벌 쪽에 길이 있다고 본다.

가급적 과거 경험 살려서 열심히 벌도록, 또 국익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처리토록 하겠다.

-- 고령에 대한 염려도 있는데 건강 상태는.
▲ 지금껏 살면서 고령이란 얘기는 최근에 들었다.

건강은 보시는 바와 같다.

매일 헬스 가서 한두 시간 운동하는데, 2월 5일 이후 한 번도 못 갔다.

거의 하루에 14~15시간 근무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런 상태를 2주째 견디는 거 보면 큰 걱정 안해도 되리라 생각한다.

-- 산은캐피탈 매각 상황은.
▲ 현재 크레딧스위스와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삼아 작업 중이다.

1분기 중에 한 번 더 매각 기회를 가지려 진행 중이다.

캐피탈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름 과거 4년간 동종업종을 경험했다.

캐피탈은 업무영역이 어떤 금융보다도 넓고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특히 산은캐피탈은 모회사인 산은과 연결돼 있어서 시너지로서 상당한 값어치 있다.

-- 정책금융에 대한 철학은.
▲ 정책금융기관은 우선 공공성이다.

우선순위가 수익 중심보다는 국가산업 육성 등에 있다.

그 자체의 위중함과 무게감이 크다.

정책금융기관이 선순환함으로써 국가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가를 근자에 절감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당기순익 등 목표가 단순하지만, 여기는 국가의 미래 전략을 염두에 두고 산업별 포트폴리오를 생각한다.

국민생활과의 관계, 미래에 산업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과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 가장 큰 해결과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 단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가장 시급하게 처리할 것은, 우리 경제가 동맥경화증을 앓는데, 혈류를 뚫어서 선순환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구조조정 부문에서 좀 더 속도감을 내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쪽에 생각이 많다.

국제 시장의 고속철, 원전 등 여러 사업에서 중국이 거의 완승을 하고 있다.

그 저변의 가장 큰 이유가 파이낸싱이다.

중국은 이미 우리를 앞서간 분야가 더 많다.

늦었지만 글로벌에서 우리의 기업, 사업 프로젝트가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글로벌 지원이 작년 12억 달러에서 올해는 17억 달러로 늘리려 한다.

또 한국투자공사(KIC)와 공동투자 할 부분을 약 20억 달러 계획했다.

해외 프로젝트의 파이낸싱에 절대적인 지원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대상선 관련 구조조정 계획은.
▲ 본질적 해결은, 이해당사자들이 좀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어렵다.

과감한 결단이란, 어느 정도 용선료를 내려야 하고, 약 1조8천억원의 선박금융이 있는데 이 중 상당 금액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도 있다.

또 회사채가 약 8천억원 된다.

이해당사자들에게 정황을 설명해서 큰 채무조정을 받는 것이 어렵더라도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회사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부채가 4조8천억원인데 올해부터 매년 1조원 상환부담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면 아닌가.

지금이라도 회사 측이 이해당사자를 불러 목숨을 건 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비금융자회사 매각 작업은.
▲ 2월에 관리위원회 만들어서 이 문제 집중적으로 진행하려 한다.

가시적인 스타트는 이뤄져야 한다.

-- 산업은행의 체질 개선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 현재 산은이 안은 시대적 소명, 환경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하면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또 많은 고객과 관계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금융의 정의로움이다.

금융의 갑질은 사라져야 한다.

민원의 내용을 살펴보고 우리가 잘했더라도 들어줌으로써 서민의 아픔이 지워졌으면 한다.

-- 글로벌시장을 돌파구로 이야기했는데, 과거 산은과 수출입은행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 시장이 좁고 프로젝트가 적을 때에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 관점에서 세상은 넓고 프로젝트는 많다.

경우에 따라 수은과 다툼이 있는 프로젝트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웃사촌 아닌가.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다.

우리가 수은의 큰 주주다.

서로 양보할 것을 양보하는 건 어렵지 않다.

몇 년 전의 역할분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해가 상충되는 것 이상으로 시장은 넓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박의래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