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이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하면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은행과 투자신탁 등 금융시장에서도 당혹감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전날 금융기관끼리의 단기자금 거래에서 10년만에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가 성립했지만, 거래량은 대폭 감소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맞는 시스템을 미처 갖추지 못한 은행이 많은 데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자금운용에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도 강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금융사들은 고객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에서 주로 금융기관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자금을 운용했던 보험사들은 "마이너스 금리에서의 운용은 고객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

자금운용을 규모를 줄이지 않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은행 등의 시스템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새롭게 전개되는 각종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했을 경우 시스템이 부족해 사후에 일일이 손으로 입력해야 할 수도 있다.

일본은행이 1월 29일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을 발표한 뒤 실시일인 16일까지는 11영업일의 여유밖에 없었던 점도 작용했다.

이처럼 일본 내의 대부분 시장 참가자들의 대응책이 미비한 것도 거래량 급감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 단자(短資·단기자금)협회가 17일 발표한 거래량(16일분)은 사상 최저였다.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 이전의 4분의 1 정도에 머물렀다.

2000년대에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던 시대(2001~2006년)에도 거래가 감소해 '단기시장의 죽음'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거래량이 줄어들면 갑자기 자금이 필요하게 됐을 때에 돈을 즉시 주고받고 할 수 없게 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도단(東京短資)리서치 가토 이즈루 대표는 "금융완화를 축소할 때에 금리가 크게 요동친다"고 걱정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장기금리가 크게 흔들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도입으로 인해 금리의 적정수준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다.

시장의 파란이 거래량의 감소를 초래하는 악순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