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는 최근 《범상치 않은 변화(No Ordinary Disruption)》라는 책에서 컴퓨터, 정보기술(IT), 인공지능 등의 비약적 발달로 기업 경쟁에서 자본이나 노동의 중요성이 점점 퇴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견고해 보이던 대기업 시장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잠식해나가는 일도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시장은 기업 규모가 아니라 머리로 하는 싸움이 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의 판도를 재편할 수 있는 창의적 직관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업의 자산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같은 창의적 직관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꿈에서부터 시작된다. 엘리너 루스벨트는 “자신의 꿈의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약육강식의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한가로운 얘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한가로운 얘기라기보다 오히려 요즘의 현실을 더 정확히 표현한 말이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는 스탠퍼드대에서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경쟁하려 하지 말고 독점하라”고 강의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추구하라는 뜻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꿈을 좇을 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시장에 내놓는 혁신자(disruptor)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창의적 직관이 꿈에서 태동된다면 그 완성은 열정적인 몰입을 통해 이뤄진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엘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탁월한 창의적 직관을 보여주는 사람치고 자신의 일에 미친듯이 몰입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앤디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은 “편집광들만 살아남는다”고 표현할 정도다. 많은 사람은 ‘천재’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하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이들은 탁월한 지능(IQ)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자신의 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사람이다. 행운도 노력하는 사람의 것이기 마련이다.

몰입은 무엇보다 인내를 필요로 한다. 흔히 몰입이라고 하면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작업일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지만 몰입은 오히려 지겹고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 있다.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 청소기 최고경영자(CEO)는 집진기 기반의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까지 5년 동안 5000번 이상 실패했다. 그는 “나는 매일 포기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스탠퍼드 비즈니스 매거진은 기업가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성공은 끊임없는 반복(constant reiteration)에서 나온다”는 결론을 얻었다. 고통스럽고도 지겨운 반복의 여정을 견뎌낸 사람이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많은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섬광같이 번뜩이는 영감을 기대하지만 오히려 이런 영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큰 노력 없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과거 경험과 습관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내 감(感)으로는…”이라는 말과 함께 하는 사고는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상당히 위험하다. 새로운 상황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한 법인데 과거의 잣대로 달라진 현재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 솔라시티, 스페이스X 등 대담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추진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머스크는 순간적인 아이디어를 모두 의심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순간적인 아이디어는 아무리 멋져 보여도 과거의 유물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BIZ Insight] 세상을 놀라게 한 직관, 노력하는 자만 얻는다
자신의 꿈에 몰입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사춘기적 낭만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적 능력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를 사춘기적 낭만처럼 듣는 것도 곤란할 듯하다. 다음달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는 3000만건의 과거 기보를 학습하고 이세돌 9단과 대결한다. 앞으로 과거의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사람은 차치하고 기계를 이기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상상력(imagination)이야말로 인류 지성의 진정한 증거”라고 말했다. 꿈과 몰입에 기반한 창의적 직관이야말로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경쟁력이지 않을까.

황인경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