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 정권 출범 뒤 일본경제가 고공행진을 하다 주춤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그 사이 엔화가치는 급등했고, 닛케이평균주가는 급락했다.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마이너스 금리 도입 뒤 기존 투자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15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투자상식, 경제학 이론이 흔들리면서 경제 전망을 하는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 등 일본 전문가 집단이 괴로워하고 있다.

상식이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돈을 빌리면 원래는 이자를 물어야 하는데, 중앙은행이나 시중은행으로부터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라는 이코노미스트들마저 고민이 깊다.

곤도 도모야 다이와종합연구소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금리가 전제돼 있지 않은 지금까지의 경제예측 모델에서는 일본경제에 대한 영향을 수치로, 금액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무엇보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라는 잠 자던 아이를 깨운 격이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사인 금리 수입이 줄어들고, 사업기반이 흔들리는 은행주 주가는 하락 경향이 선명하다.

사쿠라가와 마사야 게이오대학 교수는 "금리 제로를 분기점으로 해서 시장의 풍경이 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리가 제로 미만이 되면 채권이나 예적금이 아니고 현금을 보유한 사람이 유리해진다.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면 그 만큼 현금 수요가 늘어난다.

따라서 금융완화 효과보다는 금융긴축 효과 쪽이 오히려 강해질 지도 모르는 모순이 생긴다.

사쿠라가와 교수는 "금리가 플러스가 아니면 세상의 돈이 돌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금융기관의 수익이 줄어들면 금리가 아무리 낮다고 해도 은행의 대출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금조달에 지장이 생긴다.

이런 사태가 되면 주주가 기업 측에 자사주 매입을 요구해도, 경영자는 쉽게 응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다.

은행은 물론 일반 기업도 마이너스 금리의 역풍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현재는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만이 눈에 띄게 부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의 플러스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정책 당국은 기대한다.

개인들이 여유자금을 저축에서 투자로 옮기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고 일본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당국이 추가적인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줘야 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주문했다.

일본 기업들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의외의 변수에 시달리면서 외국자본의 일본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 기류도 보인다.

경제산업성의 자료에 의하면, 대내 직접투자 잔고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구미가 20∼60%인 것에 대해, 일본은 5% 미만에 머무른다.

외국자본인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에 의한 샤프의 매수 제안 등 구체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에 의해 도심지의 땅값은 상승했지만 거품붕괴 이후 지방의 땅값 침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행이 직접 토지를 구입하면 좋을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