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두 분기 만에 다시 감소한 데다, 올 1분기에도 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2년 12월 아베 정부 출범 후 3년여간 아베노믹스를 지탱해온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한 엔저 유도’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일·중 경제] 일본 2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덜컹대는 아베노믹스
◆개인소비 두 분기 만에 마이너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0.3%) 이후 두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연율 기준 성장률은 -1.4%로, 일본경제연구소센터가 지난주 조사한 시장 추정치 평균(-0.7%)에도 크게 못 미쳤다.

4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린 건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 부진이었다. 개인소비는 전 분기 대비 0.8% 감소하며 두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민간 주택투자도 4분기 만에 1.2% 감소했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정정책 담당상은 기자간담회에서 “유례없이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의류, 유류 등 소비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날씨 영향도 있지만 실질 임금이 오르지 않아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1인당 실질임금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0%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연간 전체로는 0.9% 감소했다.

기업 투자는 증가세가 이어졌다. 4분기 설비 투자는 1.4% 증가해 두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은 전기전자, 일반기계 등의 부진으로 전 분기 대비 0.9% 감소했다.

◆완만한 성장 기대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올 1분기엔 일본 경제가 다시 완만한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시하라 경제재정정책 담당상도 “기업 수익과 고용·소득 환경 개선이 이어지는 등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은 양호하며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15회계연도 1.2% 성장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이다. 지난 세 분기 동안의 성장률을 감안할 때 1.2% 성장을 위해서는 올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2.15%나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최근의 엔화 강세 때문에 1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월 소비자태도지수는 4개월 만에 하락했고, 12월 경기선행지수도 2개월 연속 떨어지며 2년11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기업들 사이에도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 우려로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11월 기계 수주는 전달보다 14.4% 줄어들며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일본은행 정책 한계 지적도

아베노믹스는 2013년 초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대규모 양적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란 세 가지 화살을 쏘아 올렸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 연간 60조~70조엔에서 2014년 10월 말 연간 80조엔으로 양적 완화를 확대하면서 지난달 말까지 212조엔 규모의 돈을 풀었다. 지난달 29일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도 결정했다. 엔화가치는 이달 초 달러당 121엔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급등하며 지난 11일엔 110엔대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 급락과 미국 금리 인상 후퇴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설비 투자와 임금 인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일본 경제 회복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성장전략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베노믹스를 이끌던 양적 완화 효과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부 시장 참가자들에게 지난 3년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한 정책들이 효과가 없다는 확신만을 심어주었을 뿐”이라며 “일본은행의 정책적 한계, 아베노믹스의 운명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