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18일,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 조사관들이 신한·우리·국민·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 한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농협, 부산은행, 대구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서울지점 등 총 9개 은행에 들이닥쳤다. 조사관들이 제시한 조사 근거는 ‘CD 금리 담합 의혹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였다.

금방 결론 날 줄 알았던 공정위 조사는 3년7개월을 끌었다. 공정위가 섣불리 담합으로 결론을 내렸다간 국내 은행의 대외신인도 하락, 은행 대출자들의 소송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조사에 신중을 거듭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CD 금리 담합건 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없다”며 “최대한 빨리 하되 철저하고 정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공정위는 6개 은행들에 담합 혐의를 적시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CD금리 담합' 결론 낸 공정위] "은행들, CD금리 안내려 주택대출 이자 4조원 부당 이득"
◆○CD 금리 요지부동

공정위가 2012년 7월 조사에 나선 것은 2012년 1~7월 통화안정증권 등의 금리는 하락했지만 CD 금리는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연 3.51%였던 통안증권 91일물 금리는 그해 7월11일 연 3.22%로 0.29%포인트 하락했다. CD 금리는 같은 기간 연 3.55%에서 연 3.54%로 0.0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당시 은행들은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결정했다. 떨어졌어야 할 CD 금리가 담합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은행들은 부당 이득을 얻은 셈이다. 조사 직전 은행의 CD 금리 연동 가계대출 잔액은 총 196조원이었다. CD 금리가 통안증권 금리만큼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은행 대출 이자수익은 약 5880억원 감소한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2013년 7월 은행들이 2010년 1월~2012년 7월 담합으로 CD 금리가 다른 채권금리보다 적게 하락해 총 4조1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

CD 금리는 표면적으론 CD를 사고파는 증권사들이 결정한다. 하지만 실상은 은행들이 금리 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증권사들이 결정하는 CD 금리는 은행이 CD를 발행할 때 정한 ‘발행금리’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은행이 CD를 발행할 때의 금리가 거래금리로 굳어진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6개 은행들이 이런 CD 발행금리를 담합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카르텔조사국이 발송한 심사보고서에 대해 ‘카르텔조사국(심사관)의 조사 결과일 뿐 공정위의 최종 결론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다음달 열릴 전원회의에서 9명의 위원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조사 결과와 은행 측 반론을 듣고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의결해야 혐의가 최종 확정된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회의에선 조사 부서의 의견을 뒤집어 ‘무혐의’ 등으로 결론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자 소송 가능성

은행들은 대외신인도 하락, 국내 대출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의 첫 조사가 시행된 2012년 7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CD 금리 담합 의혹으로 한국의 은행이 법적 위험과 함께 평판에 타격을 받게 됐다”고 경고했다.

■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이 정기예금에 양도 가능한 권리까지 부여해 발행하는 예금 증서. 무기명 금융상품으로 증권사가 매매중개 역할을 한다. 금융투자협회는 당일 거래된 CD의 금리를 증권사로부터 취합해 하루 두 번 고시한다. 이렇게 고시된 CD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등 시장금리 연동대출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황정수/이태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