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창립해 올해로 92년이 된 삼양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장수기업 중 하나다. 2012년부터 계열사 합병, 타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을 시작한 삼양그룹은 삼양사와 삼양제넥스 합병을 올해 초 마무리지으면서 4년간 이어온 사업재편을 일단락지었다.

삼양그룹은 15일 새로운 기업이미지(CI)와 비전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새롭게 제시했다. “지난 90여년간 구축해 온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기술 융합과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 "삼양, 변화 없인 5년도 못가…M&A로 글로벌 확장 나설 것"
2020년까지 매출 5조원 달성

삼양그룹은 이날 서울 연지동 본사에서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0 비전 및 신(新) CI 선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질적 성장을 통한 미래성장 기반 구축’과 ‘매출 5조원 달성’을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비전으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기존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는 기술의 융합과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4차 산업혁명’을 겪고 있다”며 “기존 사업분야뿐 아니라 유망사업에도 M&A를 적극 추진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양그룹의 보수적 기업문화에 대한 반성과 함께 변화의 의지도 내비쳤다. 김 회장은 “삼양그룹이 오랜 기간 영위해 온 소재산업은 그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내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일함을 주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해본다”며 “‘2020 비전이 구호에만 머문다면, 삼양그룹은 5년 뒤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재편 시너지 본격화 기대

삼양그룹은 최근 마무리한 사업재편 시너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 간 합병 등으로 새롭게 확보한 융합기술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양사는 전분당 등을 생산하던 옛 삼양제넥스가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케미컬 기술을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양제넥스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이소소르비드를 생산하는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그룹 관계자는 “식품과 화학분야의 융합소재인 이소소르비드를 활용한 제품은 화학부문에 강점이 있는 삼양사가 맡을 경우 더욱 효과적으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양사는 작년 한 해 전년 동기(372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7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1조4458억원으로, 전년(1조3551억원)보다 6.6% 증가했다.

삼남석유화학 정상화는 ‘숙제’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레프탈산(TPA) 생산 계열사 삼남석유화학의 경영 정상화는 삼양그룹이 2020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최대 숙제로 꼽힌다.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가 40%의 지분을 보유해 일본 미쓰비시화학과 함께 공동 최대주주인 삼남석유화학은 2014년 76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작년 상반기에도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를 지속했다.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TPA 시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적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양그룹이 글로벌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삼남석유화학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