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대표자 회의…올해 임단협에서 노조에 요구
금융노조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 강력 규탄"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올해 금융노조와의 임단협 협상에서 성과연봉제를 사용자측의 요구사안으로 명시한다.

신입사원 급여도 시장 수요와 공급 수준에 맞춰 현실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했다.

초임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사용자협의회는 이러한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대화파트너인 금융노조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진행하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할 방침이다.

하영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은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회원사 대표자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17개 은행을 포함한 34개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사용자단체다.

사용자협회가 임단협과 관련해 회원사 대표 회의를 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하 회장은 브리핑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건 금융권이 처해 있는 현실에 비춰 필수적"이라며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연봉제를 사용자측의 요구사안으로 넣어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자산 수익률이 0.4%, 자본 수익률은 4%대에 불과하다.

은행의 시가총액도 순자산가치의 40% 수준이다.

반면 이익경비율((CIR·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은 계속 상승해 2010년 40% 초반에서 작년 55%로 올랐다.

인건비 비중도 같은 기간 55%에서 62%로 상승했다.

하 회장은 "현행 호봉제 중심의 연공형 임금체계는 은행의 수익과 무관하게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고정비화 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사용자협의회는 앞으로 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금융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기로 했다.

하 회장은 "성과연봉제의 도입은 금융공기업보다 민간기업이 더 절박하다"며 "적어도 금융공기업 수준이나 그 이상은 돼야 하지 않느냐는게 일선 행장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장들은 비용경감과 채용확대 차원에서 대졸 초임을 낮추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하 회장은 "은행원의 초임은 연간 5천만원 수준인데 다른 산업뿐 아니라 금융산업내 다른 업종에 비해서도 높다.

이는 고용시장의 수요공급과 동떨어진데다가 채용을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급여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정도 낮출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협의회는 이러한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금융노조에 태스크포스(TF)를 제안할 방침이다.

그는 "금융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성과연봉제를 사측에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노사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협의해나가면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을 찾아가 공동 TF를 만들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용자 측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금융노조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사용자 측 뒤에는 금융권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며 사용자측 움직임을 평가 절하한 것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간 회사에까지 성과연봉제를 강요하는 금융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이날 회원사 대표자회의를 열고 성과주의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는 "금융위가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며 분위기를 조성하자 이에 사용자협의회가 적극 호응하며 기민하게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금융산업 전체에 성과연봉제 도입하려는 모든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분쇄하기 위해 총력투쟁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