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작년 95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의 41%인 3936억원은 해외 사업장에서 나왔다. 베트남 브라질 등 34개 해외 사업장 영업이 약속이나 한 듯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특히 베트남법인 매출(1조1301억원)은 1조원을 넘었다. 해외부문 이익은 전년보다 19.9%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1990년대 말 이후 어려운 시기에도 뚝심있게 해외 생산거점을 확장한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효성, 영업익 58% 늘어 9502억…사상최대
◆한발 앞선 해외 투자

베트남 호찌민에서 차로 1시간30분 걸리는 곳에 효성 베트남공장이 있다. 이곳에선 세계 1위 제품인 스판덱스(2015년 말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31%)를 비롯해 타이어코드 등 효성의 주력 제품을 생산한다. 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수출액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에 이른다.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효성이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2007년. 당시만 해도 태광실업 한세실업 등 일부를 제외하면 베트남 시장에 주목하는 한국 기업이 많지 않을 때였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가 아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을 때여서 효성 내부에서조차 ‘굳이 베트남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직원이 많았다.

결단을 내린 건 조석래 효성 회장이었다. 그는 “중국의 인건비와 토지 관련 세금 증가 속도가 빨라 언젠가는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베트남을 글로벌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집중 육성하자”고 결정했다. 이후 효성은 베트남에 9억9000만달러를 투자했다. 2008년 상업생산을 개시한 베트남 공장은 2009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7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베트남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세계 섬유산업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9년 전 이곳에 자리잡은 효성의 앞날은 탄탄할 수밖에 없다.

◆어느 곳에서 생산하든 품질은 균일

베트남공장만이 아니다. 효성은 세계 34개 제조법인을 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질이 경북 구미공장에서 만드는 제품과 똑같다는 것이다. 이는 효성의 전략에서 비롯됐다. 효성은 내부적으로 구미공장을 ‘마더 플랜트(mother plant)’라고 부른다. 이곳에서는 기존 제품 생산과 함께 신제품 및 공정의 효율화 연구개발(R&D)을 수행한다.

효성은 구미공장에서 개발한 제품과 신공정을 해외법인에 전파해 해외에서도 구미와 같은 품질과 효율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외 생산법인은 그 대가로 로열티를 낸다. 작년 한 해에만 1000억원이 넘었다. 효성은 이를 R&D와 우수인력 확보에 재투자한다.

이정원 효성 상무는 “오랜 기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법인이 생산한 제품이 한국에서 만든 제품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섬유 의존도 크게 낮아져

효성의 작년 영업이익(9502억원)은 전년 동기(6003억원)보다 58.3%, 2013년(4859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매출은 12조4585억원으로 2.3% 증가했다.

전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고르게 증가하면서 섬유 등 특정 사업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2014년에는 섬유부문 영업이익이 전체의 60.2%를 차지했다. 작년엔 중공업부문 영업이익이 1522억원으로 2014년(52억원)보다 30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작년에 섬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44.9%로 낮아졌다. 반면 중공업부문은 2014년 2.4%에서 작년 16.0%로 높아졌다. 산업자재(15.5%) 화학(10.6%) 등이 뒤를 이었다.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차입금 감소로 부채비율(개별 기준)이 전년 동기보다 44.4%포인트 하락한 159.0%를 기록했다. 2009년(128.1%) 후 6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