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기업 피죤을 둘러싼 잡음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부폭행과 100억원대 횡령논란에 이어 이번엔 오너일가의 소송전이 불거졌다.

이윤재(82) 피죤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한 딸 이주연(52) 피죤 대표에게 동생 이정준(49)씨가 횡령과 배임 혐의를 주장하며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낸 것.
이 윤재 회장의 2011년 회사 직원 청부 폭행 사건과 2013년 회삿돈 113억원 횡령 사건에 이어 이번 오누이 간 소송전으로 피죤 이미지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 '빨래엔 피죤' CM송 무색…2010년 이후 시장점유율 '뚝'
3일 유통·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피죤은 2000년대 후반까지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 업체였다.

실제 2005년 1천263억원이었던 피죤의 매출액은 3년 만인 2008년 1천755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억원에서 115억원으로 증가했다.

'빨래엔 피죤'이라는 두 단어는 국민 CM송(광고방송용 노래)으로 불렸다.

하지만 1∼2년새 시장 상황은 확 바뀌었다.

2009년부터 LG생활건강의 섬유유연제 샤프란이 선전하면서 피죤을 위협했고, 피죤 임직원의 잦은 이직과 경직된 조직문화로 피죤은 멍들어갔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닐슨의 자료를 보면 출시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왔던 피죤은 2011년 시장점유율이 28.6%로 전년 대비 15.4%포인트 급감하며 2위로 밀렸다.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은 시장점유율 43.3%를 기록, 1위로 올랐다.

3위인 옥시의 쉐리는 2010년 점유율이 12.3%에 불과했지만 2011년 18.3%로 몸집을 키우며 피죤과의 격차를 줄였다.

문제는 피죤의 이런 시장점유율 하락에 기름을 부은 것이 LG생활건강 등 경쟁사의 선전보다는 피죤 내부의 문제로 소비자 신뢰가 하락했다는 점이다.

◇ 청부폭행·횡령·소송전으로 드러난 민낯
피죤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2010년 유한킴벌리 부사장을 지낸 이은욱씨를 영입해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하고 전열을 정비했다.

그러나 선임 4개월 만에 이윤재 회장에게 해임당한 이은욱 전 사장은 손해배상 및 해고무효 소송을 내고 이윤재 회장과 법정 다툼을 시작했는데 소송전 와중에 이은욱 전 사장이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사결과, 이윤재 회장이 피죤 임원을 통해 조직폭력배에게 3억원을 주고 폭행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윤재 회장은 2011년 12월 1심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교사) 혐의로 징역 10개월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이후 딸인 이주연 현 피죤 대표가 취임해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청부폭행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드러난 횡령·배임 의혹으로 이윤재 회장은 다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2013년에는 회삿돈 113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그러자 지금껏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윤재 회장의 아들 정준씨가 피죤 주주 자격으로 2014년 소송을 내고 '아버지 배임·횡령의 책임 중 일부는 그 기간 회사를 경영한 누나에게 있다'며 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해 재판부는 이주연 대표가 별개 법인인 중국 법인 직원들을 마치 피죤에서 일하는 것처럼 직원명부에 올린 뒤 인건비를 지급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이 인정된다며 이 대표가 회사에 4억2천58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정준씨는 이어 누나 이주연 대표가 회사자금을 횡령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정준씨 측은 피죤이 2011∼2013년 자금난을 겪는데도 이 대표가 관련 정관을 개정해 이 회장과 전 남편 등 명의로 임원 보수를 과하게 지급하는 식으로 121억여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